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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12만 전자는 없다” 증권사들 목표가 줄하향

“12만 전자는 없다” 증권사들 목표가 줄하향

12만원 찍었던 삼성전자 목표가 이달들어 9만2000원까지 떨어져

홍준기 기자

입력 2021.05.26 20:35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연이어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십만전자(주가가 10만원인 삼성전자)’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8만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26일에도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0.13% 하락한 7만9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주가 전망치(3개월 평균치)도 이달 들어 하락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 전망치는 지난달 10만5909원에서 지난 25일 10만4650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그래픽=김성규

◇연이은 목표주가 하향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2000원으로 낮췄다. 24일엔 하나금융투자(11만1000원→10만1000원)와 신한금융투자(12만원→10만5000원)가, 25일엔 유진투자증권(11만원→10만5000원)이 하향 행렬에 동참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11만3000원), NH투자증권(11만원), 한국투자증권(11만5000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11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목표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물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모바일과 TV 등 ‘세트 부문' 제품 출하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결국 전자제품을 완성하는 데 함께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전자제품 생산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사서 쌓아두는 ‘리스토킹’ 속도가 둔화될 우려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5월 중 현물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했다”고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새로운 호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4만25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연말 8만1000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는데,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기존 주력 사업에서의 성과보다는 파운드리(위탁생산)나 M&A(인수·합병) 같은 더 근본적인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테이퍼링(돈 풀기 축소) 가능성 등이 계속 제기될수록 초저금리 효과 덕분에 주가가 많이 오른 기술주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 투자했다면 4.5% 손실

1분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 주주의 수는 386만7960명으로 지난해 말(215만3969명)보다 171만명가량 늘었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22조6280억원, 3조8120억원 순매수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치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51조1530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개미들의 삼성전자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순매수 가격(순매수 금액을 순매수 주식 수량으로 나눈 수치)과 25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올 들어 삼성전자 보통주를 순매수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4.5%로 추정된다. 우선주 수익률도 -3.5%로 마이너스다.

주가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투자자들에게 ‘버텨볼 만한 상황’이라고 조언한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 수익률을 조금 낮출 수는 있겠지만 현 주가 수준에서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주가 상승 폭이 아주 높지는 않더라도 3분기 실적 개선 폭을 감안하면 6~8월 중 주가 반등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PC와 노트북, 스마트폰 수요 개선과 하이퍼스케일러(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웹 서비스 등과 같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업체)들의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 수요 증가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등의 올해 하반기 실적은 다른 산업군을 압도할 전망”이라고 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익은 견조하게 개선 중이며 내년에도 큰 폭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고,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제조 역량이 뛰어난 기업의 체질을 보고 장기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