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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정보

동물과 식물의 사랑 고백법

동물과 식물의 사랑 고백법

2021.05.01 08:00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쇠제비갈매기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먹이를 선물한다. 최종수 제공

5월은 어린이날(5월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등 감사와 사랑을 전할 날이 잔뜩 있는 따뜻한 달입니다. 평소 사랑하는 사람이나 연인에게 자신의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기에도 딱 좋은 달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을 전하려니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좀더 자연스럽고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요. 자연에서도 짝과 동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비록 인간이 복잡한 사고와 심리 체계를 가졌지만 혹시 모르지요. 자연의 섭리에서 얻은 지혜가 인간 사회에도 잘 먹힐지도 모르니까요. 자연에서 발견되는 구애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 이상형 위장하고 공략

암컷 모양으로 장수하늘소를 유혹하는 ‘디사 포르피카리아’. Collen cohen 제공

지난 4월 6일 암컷 곤충을 흉내내 수컷 곤충을 유인하는 난초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수컷 하늘소를 유혹하는 난초 ‘디사 포르피카리아(Disa forficaria)’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코헨 캘런 교수 연구팀은 이 꽃이 개화하는 과정을 살피던 중 신기한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한 마리 하늘소가 꽃 위로 날아와 꽃과 짝짓기 행동을 한 것입니다.

 

캘런 교수는 난의 안쪽 꽃잎 끝이 양쪽으로 길게 갈라져 있어 암컷 하늘소처럼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난초는 하늘소를 유인하기 위해 성호르몬인 페로몬도 뿜어냈습니다. 연구팀은 이 성호르몬을 ‘디살락톤’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특정 난초과 꽃들은 암컷을 흉내내 곤충을 유혹합니다. 수컷 곤충이 암컷인 줄 알고 짝짓기를 시도하다가 몸에 꽃가루 덩어리가 묻은 채 다른 꽃으로 날아가면 몸에 묻어 있던 꽃가루덩어리가 옮겨집니다. 캘런 교수는 “난초는 보통 벌을 유혹하는데, 하늘소를 유인해 가루받이하는 난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 눈에 확 띄기  

화려한 색의 꽃은 대부분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하는 충매화입니다. 광릉숲보전센터 수목생태연구실 조용찬 임업연구사는 “곤충은 꿀이나 꽃가루 등을 얻고 꽃은 수정해 이익을 주고받는 ‘상리공생’ 관계”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는 이동혁 전문위원은 “꽃의 색은 곤충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일종의 신호”이며 “꽃은 곤충이 잘 볼 수 있는 색으로 진화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충매화 중에서도 약 85%는 벌의 도움을 받습니다. 인간은 약 380~750nm(나노미터)까지의 파장을 볼 수 있지만, 벌은 10~650nm까지의 파장을 볼 수 있습니다. 꿀벌은 자외선과 파란색, 녹색 파장을 파악하는 수용체가 있어 주로 파란색을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은 식물형질데이터베이스에 수집된 1만 437종의 식물 중 파란색 꽃은 772종으로 적습니다. 지난 1월 15일 호주 맬버른대 에드리안 다이어 교수는 꽃이 파란색을 내기 위한 방법이 복잡해 수가 적다고 발표했습니다.


꽃을 파랗게 만드는 안토시아닌 색소 분자는 육각형 고리가 3개 이어진 형태로 이 고리에 어떤 물질이 붙느냐에 따라 파랑, 보라, 빨강을 띱니다. 안토시아닌 6개가 동시에 금속 이온과 만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야 파란색을 띠는데 주변 온도, 자외선의 세기, 토양의 산성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척박한 환경에 파란색 꽃이 많았습니다. 연구팀은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악 지역은 화분매개자가 적어 이들을 효과적으로 유혹하기 위해 파란색을 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릉숲보전센터 연구기획팀 김창준 임업연구사는 “척박한 관경에서는 토양의 산성도로 인해 파란색을 띠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새도 신곡을 선호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성에게 끌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자연에서도 노랫소리는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새들은 공작처럼 화려한 꼬리나 깃털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멋진 사랑의 노래로 암컷을 유혹합니다. 특히, 수컷 흰목휘파람새는 다양한 노래를 좋아하는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신 유행곡을 부릅니다. 


지난해 7월 캐나다 노던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물학과 켄 오터 교수는 ‘흰목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지난 20년 동안 캐나다 전역으로 유행처럼 번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990년대 말 오터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로키산맥의 서쪽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흰목휘파람새를 관찰하던 중, 이들의 노랫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흰목휘파람새는 보통 3음절의 노래를 부르는데 이곳 흰목휘파람새는 2음절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시민들의 도움을 얻어 새의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시민들이 20년간 녹음한 1785건의 흰목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음절의 노랫소리는 로키산맥을 넘어 캐나다 전역에서 들리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이 흰목휘파람새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붙이고 관찰한 결과, 북미의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새들의 월동지와 동부 지역 새들의 겨울 서식지가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각 지역에서 번식하는 새들이 함께 겨울을 보내며 노래를 배운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연구팀은 “흰목휘파람새는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수컷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은데,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수컷이 인기가 더 많을 수 있다”며 “암컷이 어떤 노랫소리를 좋아하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춤은 기본, 냄새와 독까지 동원

 

유리개구리는 춤으로 이성의 시선을 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버클리대 제공

춤도 동원됩니다.  지난 1월 21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보존생태학과 레베카 브루너 연구원은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사는 유리개구리(Sachatamia orejuela)가 이성의 시선을 끌기 위해 춤을 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브루너 연구원은 에콰도르 열대우림에 사는 생명체들의 소리를 녹음하고 연구하기 위해 숲을 탐사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특이한 행동을 하는 유리개구리를 발견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이 개구리는 소리를 내며 앞발과 뒷발을 반복해 들어 올리고,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몇 미터 옆에 떨어져 있던 다른 개구리도 비슷한 행동을 했습니다. 


개구리는 원래 노래로 구애를 합니다. 브루너 연구원은 유리개구리가 노래하며 움직이는 행동을 보고 폭포 소리에 자신의 구애 소리가 가려져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주변의 소리 환경이 생물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습닏. 


일부 개구리 종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시각적인 의사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리개구리과 개구리가 이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브루너 연구원은 “이 종들은 서로 관련이 없다”며 “환경에 적응하며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도민석 연구원은 도롱뇽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춤을 추며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롱뇽 암컷이 꼬리를 흔들면 수컷 도롱뇽이 다가와 짝짓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냄새와 심지어 독까지 써서 구애 작전을 펼치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미국 스미스소니언 응용동물학연구소 연구팀은 박쥐 전체 종의 10%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냄새를 풍긴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문헌연구와 사마귀입술박쥐를 직접 관찰한 결과, 박쥐가 일 년 중 짝짓기 시기에만 냄새를 만드는 신체구조가 발달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딱정벌레목 홍날개과의 곤충인 홍날개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칸타리딘’이라는 독을 선물합니다. 독을 받은 암컷은 알 속에 칸타리딘을 넣어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합니다.

 

 

마음을 전할 미래 기술 여기까지 상상해본다

인공지능 ‘GPT-3’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어린이과학동아DB

 

내 마음을 편지에 담아줘

 

지난해 9월, 영국의 신문 <가디언>에 한 오피니언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GPT-3’가 썼습니다. GPT-3에게 주어진 과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500단어 정도로 짧게 서술하라”였습니다. GPT-3는 이에 대한 답으로 8개의 오피니언 기사를 제출했고, 가디언지는 이를 편집했습니다. 


GPT-3는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기관 ‘Open AI’에서 지난해 5월 발표한 인공지능입니다. 언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으로 하나의 단어를 주면 이어질 단어를 알아서 예측해 문장을 만듭니다.  3000억 개의 단어, 문장, 형태소 등의 방대한 양의 언어 자료를 학습한 결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 상식이나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거나 인간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은 물론 소설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GPT-3는 영어만 알아들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과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GPT-3와 유사한 능력의 한국어 범용 언어모델 ‘GLM’을 만들 계획을 내놨습니다. 

 

내 생각을 글로 바꿔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연구팀이 사람들의 뇌파를 읽을 때 사용한 ‘ECoG’ 장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제공

지난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에드워드 창 교수는 사람의 뇌파를 읽고 문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뇌 피질 위에 전극을 삽입해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 ‘ECoG’을 사용했습니다. 이 실험에는 간질 치료를 위해 이미 뇌에 전극이 있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됐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몇 명의 어른과 아이가 방에 있다’, ‘강아지가 케이크를 조금 먹었다’처럼 단순한 문장 50개를 반복해 읽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문장별로 나타난 뇌파 수치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습니다. 인공지능은 참가자의 뇌파를 측정하고 예측해 만든 문장과 실제 참가자가 녹음한 문장을 비교하며 정확도를 높여갔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문장은 처음엔 별 의미 없는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습을 계속하자 실수가 줄었습니다.  약 40분 후에는 잘못된 문장을 만드는 확률이 3% 정도까지 낮아졌습니다. 연구팀은 “뇌파를 문장으로 바꿔주는 기술이 개발되면 사고나 질병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내 온기와 설렘을 전해줘 

 

서울대 기계공학부 나노 및 열공학 연구실 고승환 교수팀은 가상현실에서 온도를 느끼는 전자피부를 개발했습니다. 가상현실에서 온도를 느끼려면 물건을 만질 때와 만지지 않을 때의 온도가 달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빠르게 식히거나 열을 내는 등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전류를 흘려주면 한쪽은 냉각되고, 다른 한쪽은 열이 나는 장치인 ‘열전소자’를 이용했습니다. 전류의 방향과 크기에 따라 열이 나는 위치와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물건을 만지기 전, 후의 온도를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열전소자를 유연한 구조로 만들어 늘어나도 끊어지지 않고 피부에 잘 붙도록 했습니다. 


고승환 교수는 “현재 VR(가상현실) 기기는 주로 시각장치가 발달했고,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하는 장치는 부족하다”며 “현재 온도를 비롯해 질감, 후각, 미각을 느끼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코넬대 로버트 셰퍼드 교수팀도 촉감을 느끼는 장갑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빛의 세기를 감지해 구부러짐이나 늘어남, 압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광섬유로 피부 센서를 만들어 3D 프린터로 설계한 장갑과 결합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안현석 연구원은 “이 장갑은 압력을 느낄 수 있어 의수에 사용되거나 가상현실에서 너트를 얼마만큼 조여야 하는지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