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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하늘로 부친 장학금’... 딸이 부친 근무 고교에 1000만원 기탁

계성고 교사로 근무한 선친 위해
최씨 “아버지 그리는 마음 뒤늦게 표현”

이승규 기자

입력 2021.03.25 08:28 | 수정 2021.03.25 08:28

 

 

 

 

 

대구 계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故 최경희씨. 그의 딸 최영미씨는 아버지가 사랑한 농구부가 있는 계성고에 장학금을 기탁했다. /독자 제공

별세한 부친의 추억이 서린 학교에 딸이 장학금을 기부했다. 평소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딸이 늦게나마 부친을 향한 마음을 하늘로 부친 것이다.

25일 본지는 대구 계성고등학교에 1000만원을 기부한 최영미(64)씨와 통화했다. 최씨는 “(아버지)생전에 잘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다”면서 “아버지의 추억인 계성고와 농구부를 위해 약소한 일을 한다면 기뻐해주실 것 같았다”고 했다.

최씨의 부친인 故 최경희씨는 지난 1937년 계성고 30회 졸업생이자 당시 학교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로 진학해 상업을 전공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을 잊지 못했던 최씨는 대학 졸업 이후 농구부가 있던 경북 포항의 동지상고(現 동지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교과와 농구를 함께 가르쳤다.

그러던 최씨는 6·25 전쟁이 끝난 이듬해 1954년에 다시 계성학교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당시 계성학교 6대 교장이었던 故 신태식 박사(前 계명대 총장)가 최씨에게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계성학교 시절 담임이자 은사였던 신태식 박사의 부름에 최씨는 두말없이 모교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신 박사는 최씨가 결혼한 이후엔 학교 인근에 사택을 마련해줄만큼 그를 아꼈다고 한다.

 

전국고교농구우승 당시 계성고 농구부. /계성고

최씨의 딸 최영미씨는 “계성학교 사택에서 태어나 가족들과 화목하게 보냈던 10년은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집안 사정 악화로 최씨 가족은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했고, 화목하던 부녀사이도 멀어지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느끼셨을 외로움을 알게 됐다”면서 “저를 참 많이 사랑해준 아버지였는데, 가실 때도 따뜻한 감사의 말씀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전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던 최씨는 아버지가 계성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기부를 결심했다. 최씨는 “아버지가 마음껏 농구를 즐기시고, 교사로서 능력을 발휘했던 계성학교 시절을 많이 추억하셨다”면서 “이곳의 농구부와 학생들을 돕는다면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았다”고 했다.

최씨는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것 외에도 매달 50만원을 계성고에 후원하기로 했다.

계성고 박현동 교장은 “작고하신 부친을 추억하며 학교발전기금을 보내주신 기부자의 숭고한 뜻에 감사한다”면서 “대(代)를 이은 인연으로 보내주신 소중한 기금이 후학 양성과 학교의 발전에 의미있게 쓰일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집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