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코로나·국책사업으로 나랏빚 급증하자 증세카드 내밀어
입력 2021.03.01 03:10 | 수정 2021.03.01 03:09
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대규모 국책 사업 추진 등으로 나랏빚이 불어나자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증세론(增稅論)이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보편 복지 확대와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한국 정치권도 증세 논쟁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 및 재난지원금 협의를 위한 제2차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증세론에 가장 적극적인 건 이재명 경기지사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 지사는 최근 “장기적으로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조세 감면 축소와 함께 각종 세금 항목 신설을 제안했다.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탄소세, 디지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토지 등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기본소득토지세도 도입하자고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법, 탄소세, 로봇세 등을 입법하겠다”고 했다.
‘부자 증세론’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고소득층과 주요 기업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사회연대특별세’ 법안을 3월 초 발의할 예정이다. 세후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층과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에 ‘코로나 위기 극복’ 목적세 형태로 2022~2024년 한시적으로 각각 7.5%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간 3조~5조원가량을 더 걷을 수 있다고 이 의원 측은 보고 있다.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은 “모든 소득 원천에 5%, 재산세 공시 가격의 1%를 정률 과세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여당에서 제기된 증세론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에 가세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행 복지 체계 조정으로 80조원, 부가가치세 3% 인상 등 세제 정비로 100조원 등 연간 180조원 정도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인 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코로나 손실 보상 기금을 마련해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부가가치세율은 10%인데 이를 한시적으로 11~12%로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우려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담뱃값 인상 가능성을 발표했다가 강한 저항에 부딪히자 “인상은 없다”며 말을 바꿨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선거를 의식하면 증세를 추진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국가채무비율 추이
이 때문에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우회적인 증세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대선 비전으로 제안한 ‘신(新)복지제도’와 관련해 전문가 그룹에선 증세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지난 25일 민주당 박광온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국회 혁신적포용국가미래비전 초청 강연에서 신복지제도의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20년간 4단계에 거쳐 점진적으로 증세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조세 감면 폐지와 축소, 소득세 중심의 누진적 보편 증세, 사회보장세 증세, 부가가치세 증세로 이어지는 단계적 증세를 하자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퍼주기 정책을 남발하더니 급기야 증세를 꺼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일부에선 증세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복지도 늘리는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여권의 증세론과 나의 ‘중부담·중복지’는 다르다”면서 “경기가 좋아도 조세 저항이 심한데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시기 증세는 적절한 시기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복지 확대 공약이 이어지면서 증세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4년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88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3.9%에 달한다. 국가부채는 1327조원까지 늘어나 GDP 대비 비율도 58.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정부 발표 이후에 국회가 2021년도 본예산을 대폭 늘리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까지 추진하고 있어 재정은 더 악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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