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게시판에 올라온 ‘사퇴 요구' 글에 수십개 댓글
판사들 “법원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인다” “참담하다”
입력 2021.02.08 09:53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판사들이 작년 사직 의사를 밝힌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국회에 허위의 답변서를 제출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익명게시판엔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판사는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시네요”라며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글이 게시되자 하루만에 조회수가 수백회를 넘겼고, 다른 판사들이 수십개의 댓글을 달았다.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이 심각한 함량미달이라고 본다”며 “취임 당시엔 기대도 컸는데, 지금 보니 정권과 코드가 맞아 발탁된 분일 뿐 사람의 그릇은 영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판사들도 “사퇴하십시오” “기가 막힙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5월 사직의 뜻을 밝힌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이후 이 일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지자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는 취지의 국회 답변서를 냈지만,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하루만에 ‘거짓 답변’으로 밝혀졌다.
한 판사는 익명 게시판 댓글로 “사퇴도 못할 것 같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며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고 참 참담했다”고 했다. 다른 판사는 “사퇴하는 경우 현 정권에서 코드에 더 찰떡인 분을 임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앞에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망신당할 일을 만든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판사들은 무엇보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에 대” 현직 판사들의 분노해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판사는 “법원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두 가지 아닌가요. 형사재판 하면서 증인들에게 했던 말들이 기억나네요.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해라. 괜히 불분명한 것을 맞다 아니다고 거짓말해서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남의 진실을 판단하느라 그랬는데, 허무합니다”라고 했다.
또 “최근 재판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정치권에서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판사들의 사기는 보이지 않는 듯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죠. 이번 일을 계기로 그 이유를 확인한 듯 하여 마음이 착잡하네요”라는 댓글도 있었다. 다른 판사는 “이러다 정말 실명으로 사퇴 요구하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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