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1.01.29 17:40 수정2021.01.30 00:01 지면A23
급증하는 나랏빚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가부채 증가를 옹호하는 듯한 여권 정치인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주 목요대화에서 “가계부채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조금 더 부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외국 빚에 의존하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적자는 곧 민간의 흑자이고,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며 국가부채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여권에서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이유는 자영업 손실보상, 이익공유제,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 지원책이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겨냥한 ‘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문학적으로 나랏빚을 늘리는 현금 살포가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코로나19 피해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적잖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피해가 큰 국민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느냐다. 그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이고 국가부채 증가도 최소화하는 것은 기본적 재정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여권은 재원은 뒷전이고 퍼주고 난 뒤 모자라면 빚을 내자는 식이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국가부채 늘려 가계부채 증가 막자”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부채 증가는 자칫 국가신용등급 하락, 자본 유출로 이어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820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43.9%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를 넘었고 올해는 47.3%, 내년엔 50%도 넘을 전망이다. 적자국채 발행액은 지난해 102조원으로 과거 평균의 다섯 배에 달했고 올해도 지금까지 벌써 94조원이 예정돼 있다. 올 한 해 국채 이자비용만 2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나랏빚은 곧 민간의 자산”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난무한다. 오죽하면 진보단체인 사회진보연대까지 “선거 승리를 위해 늘리는 국가부채는 가장 질이 나쁘다”고 비판하겠나. 유권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똑바로 떠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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