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1.05 13:00
기자
[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2)
주인공 ‘깍지외할미’는 전라도 어느 조그마한 농촌에서 살며 아들·딸을 서울로 유학 보내 결혼까지 시켰습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쏘아대는 욕이 정겹기만 한 욕쟁이 할매입니다. 자식들이 출가했지만 잘 살라는 뜻에서 가르침을 아끼지 않습니다. 특히 깍지(딸의 딸) 외손녀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깍지외할미’입니다. 〈편집자〉
[일러스트 강인춘]
엄마의 영원한 짝사랑, 아들
“써글넘의 아들이 요사 으쩐다고 에미헌티 전화 한통 없는거시여?
회사일이 바빠서 그렁가?
아님 즈그 마누래랑 쌈한 거 아녀?
흐미~ 깝깝허네잉. 그란다고 나가 먼저 전화허긴 쪼까 그렇고….
히히, 문짜라는 거 한 번 혀볼꺼나. 돋보기가 어딧제. ‘아들, 잘 있능겨?’ 오메! 깜짝이야! 우짜까? 문짜 보내자마자 금시 전화벨이 팍 울려부네.”
“엄니! 나여. 먼 일이 있소?”
“옴마나, 울 아들이여? 먼 일이 있긴 머가 있어? 써글넘!
심심헌께 엔습삼아 문짜라는 거, 함 너어 본거여. 후딱 받능거 봉께.
내 문짜가 잘 들어갔능가베. 히히히…. 인자 되았서야. 이만 끊자!
참! 느그 집엔 별일 없제? 니도 몸 개안허고? 똘지 에미는 으쩌냐? 똘지도 잘 놀제?”
“응, 엄니 죄송허요. 나가 요사 회사일이 쪼까 바빠서 엄니한티 전화 못 넣었그만요. 아부지도 편안하지라?”
“그려, 그려. 꺽정 놔부러라. 느그들만 잘 있으면 되았어, 이만 끈을랑께. 전화값 많이 나올라.” 찰칵!
근디 어찐다냐. 나가 쪼매 생각해봉께 괜히 문자 넣었나 보네.
심성 착한 울 아그 에미땜시롱 맴 상할까 걱정되어 죽겠당께요.
긍께 늙으면 주책이란 말이 맞는게벼요.
그나저나 일단 꽁 막혔든 가슴속은 뻥~하고 뚫리긴 혔소.
아들 목소리 들은께 요로코롬 맴이 씨언하고 존디.
아이구 우짤까? 으째 눈물이 핑하고 도는 가 몰겄네.
아이고메~ 참말로 아들 자슥은 에미가 디질 때꺼정 짝사랑 헌다는 말을 누가 혔능가 몰러.
그 말이 참말로 쪽집개요. 그 써글넘이!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아들은 엄마의 영원한 짝사랑?간만의 통화에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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