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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속보] 이재용, 이건희 언급하며 눈물...“잘못 되풀이 하지 않겠다”

김아사 기자

입력 2020.12.30 18:3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진정한 초 일류 기업은 지속 가능한 기업이고, 기업인 이재용이 일관된 꿈”이라며 “앞으로는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오로지 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진행된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를 만들 것을 약속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한지 3년 10개월 만에 이 재판은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선고는 다음 달 18일 이뤄진다.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 만들 것”

이 부회장은 이날 떨리는 목소리로 최후 진술에 나섰다. 그는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4년여 간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회상하며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해 회사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준법 문화의 토양에서 체크하고 법률 검토를 거듭해 의사 결정을 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 대한 반성도 전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업자들과 교류하는 행운도 누렸고 그들이 회사를 수백배, 수천배 키우는 모습도 봤다”며 “우리가 저들과 싸울 수 있을까.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던 중 2014년 5월 아버님이 쓰러지셨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일로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고 국민도 실망했다”며 “솔직히 힘들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언급하는 중에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 회장의 추도사에 등장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다)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경쟁에서 이기고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쉽지 않은 길이고 불편할 수 있고 멀리 돌아가야할 수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뇌물액 늘린 대법원, 파기환송심은 내년 1월 18일 선고

이날 특검은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재판의 대미를 장식할 사건으로 ‘화룡점정’에 해당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이날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그러면서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정농단에 대한 법원과 우리 사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 혐의의 골자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의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받도록 도와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했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것이다.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뇌물 액수를 2심(36억원)보다 많은 86억원으로 판단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에선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말 3마리 구입비(34억원)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실소유 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16억원)까지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돈을 횡령해 뇌물을 건넨 것으로 돼 있어 뇌물액이 곧 횡령액이다. 관련법상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판사가 재량으로 형(刑)을 깎아주지 않는 한 집행유예 선고가 안 된다.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삼성에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은 지난 1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어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도 4세 경영 포기 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