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20.12.23 03:26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들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 백신 확보를 못 한 데 대해 국민 불만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 한 말일 것이다. 상황 돌아가는 것을 일반 국민보다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영국, 미국은 백신 개발국이지만 지금 이미 접종하고 있는 캐나다·이스라엘 등은 백신 개발국이 아니다. 인도·싱가포르·칠레처럼 우리가 그들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라들도 백신을 선구매해 곧 접종할 예정이다.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우리가 늦은 것을 “불가피하다”고 변명하는가.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선 코로나 백신 확보 지연을 지적하면서 참모들과 내각을 질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간 백신 확보에 적극 나서라는 지시를 몇 번이나 했는데 여태 진척이 없다가 이런 상황까지 만들었느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온당치 않다. 한국은 대통령이 “월성 1호기 폐로는 언제 하느냐”고 물어본 즉시 폐로 작전에 들어가는 나라다. 산업부 장관이 부하에게 “너 죽을래” 하며, 2년 반을 더 가동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즉각 폐쇄를 지시했다. 담당 직원이 야밤에 사무실에 들어가 공문서를 삭제·변조할 만큼 공무원들이 대통령 지시를 어명처럼 받드는 나라다. 대통령이 백신 선구매를 확실히 챙겼다면 우리가 ‘백신 없는 섬나라’ 신세를 맞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 백신 문제는 국가 최고 사령탑의 핵심 과제다. 너무나 당연하다.
문 대통령 책임 문제가 커지자, 청와대는 22일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충분한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며 백신 관련 발언 12가지를 공개했다. 대부분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을 독려하는 내용이고, 하반기 들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두라”(9월 15일 내부 참모 회의)고 말한 내용도 서넛 들어 있다.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 장관, 참모들을 점검하고 채근해야 했다. 그랬다는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이제 와서 아래에 책임을 떠밀고 자신은 무슨 ‘알리바이'를 대는 것처럼 해도 되나.
지금 국민이 궁금한 것은 백신 확보가 왜 늦었는지, 언제쯤 맞을 수 있는지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백신 확보 지연 사태의 전말을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고, 언제 들여올 것인지를 솔직히 밝혀야 한다. 면피나 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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