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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문화

[김준의 맛과 섬] [44] 통영 물굴젓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0.12.23 03:00

 

굴젓으로 어리굴젓과 진석화젓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물굴젓’은 잘 모른다. 통영 토박이 ‘멍게가’ 안주인이 만들어서 내준 겨울 음식이다. 사전에는 ‘매우 묽게 담가 국물이 많은 굴젓’이라고 정의한다. 일제강점기 요리모음집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물굴젓은 ‘간을 조금 해서 익혀 올라오는 것으로 한때 먹기는 입에 신선하니라’라 했다. 이 물굴젓이 통영 물굴젓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름과 조리 방법이 비슷하다.

물굴젓은 통영과 거제에서 즐겨 먹는다. 통영 물굴젓은 굴과 소금을 버무려 약간 삭힌 후 무를 긁어서 넣는다. 반면에 거제 물굴젓은 무를 채 썰어 넣는다. 무를 넣는 것은 같지만 채를 썰어 넣느냐 수저로 긁어 즙을 만들어 넣느냐 차이가 있다. 삭히고 발효되는 과정에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소금을 많이 넣지 않고 국물이 자작하게 먹는다<사진>.

통영물굴젓

통영은 우리나라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특히 용남면⋅도산면⋅산양면 일대에서 굴 양식이 이뤄지고 있다. 거제에도 거제면⋅둔덕면⋅사등면 일대에 굴 양식장이 많다. 굴은 조류가 거친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서해안에서 일찍이 굴이 유명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규모 굴 양식은 조류가 거칠지 않은 내만에서 양식이 이루어진다. 통영과 거제와 여수에서 굴 양식이 발달한 이유다.

굴은 자체로 짭짤하다. 그렇다고 소금을 넣지 않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 대신에 무를 넣어 염도를 낮추고 시원함을 배가했다. 여기에 쌀이나 쌀보리를 씻은 물을 자작하게 더해 삭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삭히는 과정도 먹는 방식도 식혜와 같다. 이렇게 사나흘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바로 먹으면 시원한 맛, 익으면서 삭힌 맛,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새콤한 맛으로 바뀐다. 굴젓이 반찬용이라면 물굴젓은 그냥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통영에는 전통을 잇고 변용해 재창조한 음식이 많다. 여행자들이 통영을 좋아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