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원주지청장 검찰 내부망에 沈 공개저격
“정운호 봐주기 기소 담당자” 과거 행적도 비판
沈 상갓집서 “내가 한동훈보다 잘 할 수 있어”
비판 쏟아지자 심재철, 반가내고 오후 퇴근
입력 2020.12.17 17:43
2019년 12월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당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대변인.
김유철(51) 춘천지검 원주지청 지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과정에서 ‘막후 활약'을 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공개 저격글을 17일 올렸다. 검찰 내부에서 심 국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심 국장은 17일 오전에만 근무를 한 뒤 오후에는 반가를 내고 퇴근했다고 한다.
김 지청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인생은 길고, 이름은 오래 남는다. 때로는 ‘직위’도 남겠지만 대부분 자기만족에 그치거나 묘비명에나 적힐 뿐이고, 추한 이름에 가려질 때도 많다”며 “(심 국장은) ‘삼도수군통제사’가 아니라 그냥 ‘원균이다’”라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모함해 밀어내고 삼도수군통제사 자리에 앉은 원균에 심 국장을 비유한 것이다.
김 지청장은 “무슨 짓을 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음을, 그리고 언젠가 이렇게 공개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글을 쓴 취지를 밝혔다. 그는 “저는 몇 사람에 대한 글을 쓸 것입니다”라며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절차를 추진한 다른 검찰·법무부 인사들에 대한 글을 추가로 쓸 것임을 예고했다.
◇심재철 향해 “화장품 회사 사주 혐의는 왜 누락했나”
김 지청장은 심 국장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심 국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판사님이 기분 나쁠 정보 취합'에 그토록 치를 떠는 정의감의 화신이 ‘화장품회사 사주의 해외원정 도박’을 기소하면서 ‘원정도박 수사의 ABC’라는 회사공금횡령과 외화밀반출 혐의를 누락한 건 무슨 이유입니까”라며 “저처럼 기업수사 문외한도 그 무렵 모 회사 사주가 그 3종 세트로 처벌받은 걸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심 국장은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 수사를 담당해 정 대표를 기소했다. 이 언급은 그 사건에 대해 심 국장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정 대표가 원정도박에 쓴 100억원 대의 금액이 회사 돈이라는 의혹이 있었으나, 당시 심재철 수사팀이 횡령 혐의는 빼고 도박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 대표는 원정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는데, 김 지청장은 이 과정에서 심 국장의 수사와 소송 지휘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지청장은 지난 1월 심 국장이 후배인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로부터'당신이 검사냐'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 검찰 간부의 가족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도 공개했다. 그는 “‘민망한 일'이 있던 날 그 장소에서 저는 더 민망한 말을 들었다”라며 “상가에 모인 ‘특수통’ 후배들에게 그는 전임 반부패부장(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내가 ○○○보다 잘 할 수 있어, 나랑 잘해보자”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웬만한 초등학생도 그렇게까지 대놓고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라며 “어쨌든 원하던 자리를 얻고 ‘욕망’을 충족해서인지 후배로부터 민망한 말(당신이 검사냐)을 듣기 전까지는 꽤 즐거워 보였다”라고 했다.
◇”’판사 문건' 논란, 사실과 법리가 아니라 ‘주문’을 외워 ‘사찰’로 둔갑시키려던 마술”
김 지청장은 심 국장이 윤 총장의 징계 사유로 꼽힌 ‘재판부 분석 문건’을 전달하고, 이에 대해 윤 총장을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 문건을 보자마자 격노했다는데, ‘서사를 이끌어내느라 동원된 허구’라고 본다”라며 “그 문건의 작성 취지가 ‘중요사건 공소유지에 보탬이 되자’는 건데, 그 중 몇몇 사건에서 그는 기소를 반대했다”라고 했다. 심 전 국장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 관련 검찰 간부 회의에서 ‘나홀로 반대 의견’을 펼쳤던 일을 의미한다. 판사 문건에 조 전 장관 재판부도 포함된 걸 발견했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은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심지어 불기소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가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민망한 말까지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상갓집 사건을 의미한다.
김 지청장은 이 문건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심 국장이 이 문건에 대해 “특수통 검사들이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만든 문건이다”라는 의견서를 낸 것에 대해, 그는 “11월 이전에 그 문건 내용이 어느 언론에 나왔나. 누가 먼저 이 문건을 꺼내들었나”라며 “일선 지휘에 참고하라고 작성했고 일선에 배포하지도 않았는데 누가 언론플레이에 쓰냐”라고 지적했다.
또 징계위가 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판사와 검사가 인척 간이다, 이런 말을 동료로부터 듣고 전하면 처벌받는 세상이냐”라며 “남에 관한 이런 얘기, ‘누가 이혼했다’ 같은 말을 함부로 했다가 큰일 나는 1984의 세계다”라고 했다. ’1984′는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이름으로, ‘빅 브라더’로 일컬어지는 거대 정부가 개개인에 대한 철저한 감시 체계를 꾸린 가상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오판일 수 있지만, 적어도 검사라면 조작이고 왜곡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찰담당관실에서 문건을 검토한 검사가, 11월 24일 이른바 ‘6인 회의’에서는 검찰과장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보고서에 삭제되거나 오히려 질책을 당했다”며 “브레이크가 최소한 두 번은 작동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는 법무부 감찰실에 파견을 갔던 이정화 검사가 ‘판사 문건'에 대해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기록에서 삭제됐다”고 폭로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구성된 법무부 ‘6인 회의’에서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판사 문건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가 심 국장에게 질책을 당했는데, 이 때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고기영 차관(왼쪽), 심재철 검찰국장(가운데)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감찰 시작부터 끝까지 위법...2027년 12월 15일까지 심 질주 계속될까”
김 지청장은 “그의 질주가 얼마나 계속될지, 무슨 궤변과 거짓으로 덮으려 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전국 검사들로부터 ‘위법 부당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직권의 행사, 불순한 목적, 위법한 절차와 근거의 부재 등 구성요건 어느 하나에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직권남용죄 공소시효(7년)를 염두한 듯 “2027년 12월15일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다”며 “지옥문은 이미 열렸다”고도 했다. 또 “이번 일을 도운 분들께, ‘공직자로서 주어진 소임을 다했을 뿐’ 따위의 말은 하지 말아달라”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검사만큼 무섭고 치명적인 사회악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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