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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더오래]인생 후반부 가장 큰 적 외로움 떨칠 비책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2020.11.18 09:00

 

기자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62)

인생 2막을 마치고 환승을 한 지도 어언 10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내게 물어온다. 행복한 인생 후반부를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 게 좋은지. 내 대답은 의외로 싱겁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인생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고.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내 생각에는 다 부질없는 이야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것이 조금 낫겠다는 생각에서 이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권해 보고자 한다.
 
기독교에서 신은 인간에게 10계명을 내렸다.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는 내가 10계명에 견줘 감히 계명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 나름대로 인생 후반부 지켜야 할 ‘5계명’을 생각해 본다.

첫째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알아라

한때는 남들과 경쟁해 이길만 한 우수한 역량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한 때도 있었다. 나의 세대가 다 그랬다. 남들보다 더 빨리 먹을 것을 찾아야 하고, 남들이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전에 내 자리를 보존해야 했고, 남들과 경쟁해 우위를 차지한 걸로 행복을 말하는 세대였다. 돌이켜 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후세에게 이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남들보다 우월하기 위해, 자신을 위해, 자기 후손만을 위해 온갖 편법과 비리를 무릅쓰고 불나방같이 부귀영화를 꿈꾸던 사람의 말로를 보면 어떤 삶이 소중한가를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부귀영화보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함으로써 보람과 성취감을 갖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기업경영은 하지 않겠다는 마윈 회장의 얘기나 다시 인생을 산다면 그런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역설한 스티브 잡스를 기억하자.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겠다는 소원을 말이다.

 

인생 후반부를 함께 걸어가야 할 반려자를 대신할 대상이 뭐가 있겠나? [사진 pxhere]


둘째는 자신의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라

인생 후반부를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선시하는 것이 노후의 경제력이나 자신의 여가생활이라고 하는 걸 보면 조금 의아하다. 인생 후반부를 함께 가야 할 반려자보다 더 우선 하는 가치가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올레길을 홀로 걷는 중년의 여성이 의외로 많다. 지나다가 내 공방을 찾은 중년 여성이 제주 1년 살기, 6개월 살아 보기로 내려왔다며 졸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우리도 일본처럼 황혼이혼(?)이 심각한 사회적 현실로 고착됐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황혼이혼이니, 졸혼이니, 쇼윈도 부부니 하는 경우의 원인이 무엇일까? 배우자에 대한 배려의 부족과 가치의 소중함을 망각한 결과이다. 인생 후반부를 함께 걸어가야 할 반려자를 대신할 대상이 뭐가 있겠나? 치열한 사회적 경쟁을 이겨내고 이뤄 놓은 결과가 고작 인생 후반부에 배우자와의 소원함이라니. 사람은 원래 성격이 다 다르다. 한참을 살다가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한다는 얘기는 상대방의 성격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생 후반부 무엇에 투자하려고 하는가? 배우자에게 투자하라.

셋째는 건강한 인적 네트워킹을 유지하라

어느 중견 그룹의 회장이 봉사현장에서 내게 했던, 과거의 인연을 잊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전하면 오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분의 얘기는 과거 자신이 군림(?)했던 시절의 인연에 연연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왕년의 인연, 자신의 휘하나 이해관계에 있던 사람과의 인연에 연연하다 보면 상실감과 박탈감에 괴로워한다는 요지다. 이런 말을 하면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 소위 감탄고토의 예를 들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외톨이가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의 경쟁과 이해관계에서 맺어진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인간관계를 만들라는 얘기이다.

 
만일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직장 선·후배, 동료와의 관계를 건설적으로 구축하라. 지금 함께하는 직장 동료에게 최선을 다하라.

이 세상 어떤 투자보다 가장 확실하고 좋은 투자가 봉사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 pxhere]

넷째는 봉사를 소중한 자산으로 알라

봉사하는 태도나 봉사가 가져오는 결과는 소중한 자산이다. 봉사를 이타를 통한 이기주의의 실현이라고 내가 강조하는 이유다. 내가 먼저 순수하게 손을 내미는 데 이를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베풀어야 상대도 내게 베풀기 마련이다. 이 단순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우매하거나 지독한 ‘나뿐인’ 사람일 뿐이다. 달라이 라마는 “사람들은 보통, 봉사를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봉사는 희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가장 이로운 행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세상 어떤 투자보다 가장 확실하고 좋은 투자가 봉사임에 틀림이 없다.


다섯째는 함께 하는 사회의 일원임을 명심하라

굳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는 외로운 늑대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 후반부에서 가장 큰 적은 고립무원에 섰다는 외로움이다.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명을 관통하는 한 줄기 근간이 있다. 바로 나만이 아닌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순망치한의 진리는 인간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이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계명이 어디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얘기인가?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인생 후반부 가장 큰 적 외로움 떨칠 비책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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