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중장년 사로잡은 유튜브, 뭘 보고 왜 볼까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성수씨(58)는 최근 유튜브에 푹 빠졌다. 그에게 요즘 즐겨보는 채널이 뭐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버드리. 버드리가 최고지. 요즘 버드리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김씨는 스마트폰을 내밀며 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줬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허리춤엔 지폐를 한가득 꽂은 버드리(본명 최현숙·47)였다.
■‘품바공연’, ‘7080포크송’ 유튜브에서 부활하다
‘10대에게 BTS(방탄소년단)가 있다면, 우리에겐 BDR(버드리)이 있다!’
버드리는 유튜브에서 ‘품바 여왕’으로 불린다. 품바는 장터나 길거리에서 동냥하는 각설이 공연을 뜻한다. 지역축제나 장마당에서 진행된 버드리의 공연을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금강산’의 구독자 수는 7일 기준 4만4000명에 달했다. 동영상 총 조회수는 3059만뷰가 넘는다. 구독자는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유튜브 영상에는 “이 목소리가 듣고 싶어 하루 몇번씩 들락거린다”, “딸 소개로 한 번 보고 일주일을 밤새 버드리 영상만 보고 있다” 등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어르신들 댓글 너무 재미난다”, “중년의 아이돌이다” 등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버드리의 거침없는 입담도 인기 요인이다. “거지들 살판 났네~ 그냥.” 관객들이 건내는 지폐를 받기 위해 장터를 누비는 그는 스스럼없이 자신을 ‘거지’라 칭했다. ‘19금 대화’도 자연스럽게 오고갔다. 객석에선 쉴새 없이 웃음이 터졌다. 관객에게 받은 수십장의 지폐를 허리춤에 찬 버드리는 품바 패거리와 함께 장구를 치며 목청이 터져라 금잔디의 ‘오라버니’, 이애란의 ‘백세인생’ 등을 연이어 불렀다. 지역축제 한 관계자는 “버드리를 섭외하면 그 축제는 대박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유튜브 스타 버드리를 보려고 멀리서 축제를 찾는 중장년층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버드리의 공연을 보다 옛날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리는 어르신도 있다”며 “대부분은 공연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는 품바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공연이 중장년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70·80년대 발매된 포크음악을 제공하는 채널은 구독자 수가 16만명이 넘고, 트로트 음악 전용 채널의 구독자는 5만명에 달한다. 전업주부 김은숙씨(47)는 “예전엔 하루종일 라디오를 켜뒀는데, 요즘은 유튜브를 켜놓고 생활한다”며 “별도로 구독료를 내거나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없고, 한 번 켜놓으면 취향에 맞는 노래들로만 자동 재생돼 훨씬 좋다”고 말했다.
■“TV·신문 못 믿어” 유튜브로 뉴스보는 노인들
지난 2일 종로 일대를 돌며 만난 노인들에게 “유튜브를 이용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한 60대 이상 노인 12명 중 9명은 “주로 정치 관련 영상을 시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보수·우파 유튜브를 시청했다. 정규재TV, 신의 한수,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등 채널은 다양했다.
정규재TV를 구독하고 있다는 박현석씨(72)는 “티비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정보가 여기에 다 담겼다”며 “최근 방송이나 라디오가 전부 좌편향 돼서 볼 게 없었는데, 유튜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모씨(70)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지인들이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내준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정치 콘텐츠를 본다는 노인도 있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방송을 즐겨 본다는 김상현씨(66)는 “진보 쪽은 팟캐스트가 워낙 잘 돼 있어서 유튜브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면서도 “대신 유튜브에서는 자막 같은 것도 시원시원하게 넣어주니까 어려운 뉴스는 일부러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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