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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 지독한 '여름 감기' 휴가땐 물러가면 안되겠니

 
~ 지독한 '여름 감기' 휴가땐 물러가면 안되겠니

작년 한 해 여름 감기환자 1151만명
면역력 약화·실내외 온도 차가 원인
선풍기 바람에 바이러스 쉽게 옮아

▲ Getty Images 멀티비츠

'강아지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통, 극심한 피로감, 근육통 등을 동반한 몸살 증상은 겨울 감기보다 더 지독하다. 시원한 바닷가 피서는 고사하고 꼼짝없이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야 할 판이다.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이렇게 여름철(6~8월)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사람만 1151만3000명(중복 포함)이다. 1년간 총 감기환자 6732만1688명(중복포함)의 17.1%를 차지한다. 개도 안 걸리는 여름 감기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됐고, 감기는 이제 여름철 가장 흔한 국민병이 됐다.

■여름 감기 왜 늘어나나?

의학적으로 '여름 감기'라는 병명은 없다. 추운 겨울철에 왕성한 감기 바이러스에 더운 여름철에 감염됐다는 의미에서 '여름 감기'라 부르는데 증상은 콧물, 코 막힘, 두통, 미열, 목 아픔, 마른 기침 등 보통 감기와 비슷하다. 특히 고열과 오한이 겹치는 몸살감기가 많은데, 여름감기에 잘 걸리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식욕 저하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덥다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것도 면역력 약화의 원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여름철엔 거의 없고, 겨울철 왕성한 바이러스 중 특히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여름철에도 기승을 부린다.

둘째,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실내외 온도 차가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바깥 기온보다 실내 온도가 5~8℃ 이상 낮은 곳에 장시간 머물면 '이상냉감(異常冷感)'에 의해 말초혈관의 급속한 수축이 일어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율신경계 이상이 초래되기 쉽다.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생리적 불균형이 생기고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능력이 떨어진다. 기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순응'이란 과정을 거쳐 '적응'을 하게 되는데, 여름인지 겨울인지 몸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실내온도가 낮으면 순응 단계가 생략돼 여름 감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겨울 감기처럼 여름 감기의 전염 경로도 대부분 호흡기다. 침 등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손이나 입 등을 통해 전염되는데, 여름철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타고 감기 바이러스가 더 쉽게 확산된다. 냉방시설 때문에 습도가 30~40% 이하로 떨어져 호흡기 점막이 말라 감기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는 것도 여름 감기의 주요 원인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만성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는 여름철에도 온도와 습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 감기 예방하려면

계절에 상관 없이 감기를 예방하려면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 특히 여름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실내 온도가 너무 낮은 곳을 피하고, 직장에서는 소매가 긴 옷을 입거나 얇은 담요로 무릎을 보온하는 것이 좋다. 틈틈이 바깥공기를 쐬며, 가벼운 운동을 해 주는 것도 좋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가정에선 필터에 먼지가 쌓여 세균 번식이 되지 않도록 필터청소를 최소 2주에 한 번씩 해야 한다.

만약 원인 모를 두통, 만성 피로감, 근육통, 기침 등 초기 감기증세가 나타나면 소금물로 자주 입 안을 헹구고, 하루 이틀은 집에서 잘 쉬는 것이 좋다. 특히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 감기에 잘 걸리므로 실내 온도를 25도 내외로 유지해야 한다.

가습기 사용도 여름 감기 예방법 중 하나다. 에어컨 냉방을 하면 공기 중 습도가 30% 내외로 줄어드는데, 가습기로 습도를 40~60% 정도로 맞춰주면 피부와 콧속 점막의 건조함을 막아 감기 예방효과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여름 감기를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 차를 5℃ 이하로 맞추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일단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잘 낫지 않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감기가 아닌 다른 병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2008.07.01 16:32 입력 / 2008.07.01 16:54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