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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메릴린 먼로가 홀딱 반했던 캐나다로키의 눈부신 유혹

메릴린 먼로가 홀딱 반했던 캐나다로키의 눈부신 유혹
캐나다 앨버타 주 밴프
  [동아일보 2008-01-11 11:54:35 ]



밴프국립공원의 선샤인빌리지 스키장에서 한 스키어가 백컨트리 스키를 즐기고 있다. 뒤로 캐나다로키산맥의 산악과 더불어 마루금이 보인다.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새해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설날(2월 7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한겨울도 곧 그 바닥을 보일 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눈다운 눈 한번 제대로 맞지 못하고 겨울의 진풍경인 설경도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캐나다로키로 눈 여행을 권한다. 자연설로 뒤덮인 산에서 스키도 좋고 캐나다로키의 설경 속에 파묻힌 채 즐기는 노천온천욕도 좋다. 눈 세상 한가운데 편안한 로지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아름다운 캐나다로키의 산경을 즐길 수 있는 앨버타 주 밴프의 겨울로 안내한다.


선샤인빌리지 스키장의 '드릴리엄 다이브' 트레일 정상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캐나다로키 산맥의 풍광. 밴프국립공원에 있다.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한 스노보더가 밴프국립공원의 선샤인빌리지 스키장에서 익스트림 보딩을 즐기고 있다. 뒤로 보이는 산악은 캐나다로키산맥.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 할리우드 무비의 배경, 앨버타 주

앨버타 주는 캐나다로키(산맥)를 아우른 곳이다. 밴프 국립공원의 중심인 밴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캘거리, 에드먼턴이 앨버타를 대표하는 도시다. 캐나다의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이름났어도 전국 어느 주도 앨버타만은 못하다고 장담한다. 그 근거는 영화다.

1924년 이후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 앨버타에서 촬영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스토리의 배경은 미국 와이오밍 주이지만 영화는 상당 부분이 앨버타 주 밴프국립공원의 카나나스키스에서 촬영됐다. 또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서부극 ‘제시 제임스 암살’도 대부분이 앨버타 주에서 촬영됐다. 메릴린 먼로가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 뗏목으로 거친 강을 헤치는 장면이 밴프 시내를 가로지르는 보 강에서 촬영됐고 최근 개봉한 코미디영화 ‘RV'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RV(Recreational Vehicle·집처럼 꾸며진 여행용차량)를 몰고 다니던 곳, 브래드 피트가 영화 ‘가을의 전설’ 속에서 방황하는 장면 역시도 대부분이 밴프 국립공원 지역이다.

이런 앨버타 주이지만 눈에 뒤덮인 그 멋진 설경은 아직 영화 속에서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대개가 봄, 여름 아니면 가을이다. 유일한 예외가 워런 밀러의 스키비디오다. 밀러는 지구상의 눈 덮인 산악을 찾아다니며 거기서 다운 힐하는 스키어와 스노보더의 멋진 활강모습을 통해 지구의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 주는 스노 다큐멘터리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에는 앨버타 주의 대표적인 스키장인 선샤인빌리지, 레이크루이스, 노르케이 스키장(모두 밴프 근방)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밴프국립공원의 레이크루이스 스키장. 사방이 캐나다로키산맥에 둘러싸여 어느 곳에서도 이런 멋진 산악풍광을 즐기며 스키를 탄다.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레이크루이스 스키장의 베이스에 자리잡은 '펜 픽스 로지'. 통나무 원목만으로 지은 거대한 목조건축물이다.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밴프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캐나다로키 산맥의 보우서미트에서 백컨트리 스키로 투어링 중인 스키어 모습. 사진제공: 앨버타주 관광청

○ 메릴린 먼로의 추억이 깃든 주니퍼 호텔

캐나다로키의 겨울은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난다. 그래서 해발 1383m 고지대 산중의 밴프는 겨우 내내 눈 마을을 이룬다. 겨울여행 때마다 밴프 타운에 묵던 나는 이번만큼은 번화가를 벗어나고 싶었다. 조용한 곳에서 밴프 타운을 굽어보며 눈 풍경을 즐길 만한 곳이 없을까 찾던 중에 드디어 적당한 곳을 알아냈다. 더 주니퍼 호텔이었다.

이 호텔은 밴프타운의 노르케이 스키장 바로 밑 산자락 언덕 위에 있었다. 그래서 직선으로 1km 거리의 밴프 마을이 잘 조망됐다. 그뿐일까. 밴프를 스쳐 지나는 보 강 줄기와 강변의 숲, 주변의 캐나다로키 산맥의 산줄기, 멋진 암봉의 산정까지도 스크린에 비친 영화 속 풍경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내가 호텔을 고르는 방식은 좀 독특하다. 전망 좋은 곳을 원한다면 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곳부터 찾는다. 가장 일찍 자리매김을 했으니 전망이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는 ‘선착순’ 논리인데 어지간하면 맞아 떨어진다. 주니퍼 호텔이 그랬다. 호텔이 문을 연 것은 53년 전인 1955년. 자동차가 여행수단으로 막 전개되기 시작된 때여서 캐나다로키의 비경을 보기 위해 밴프 국립공원으로 자동차여행을 떠나는 호사가를 위해 지은 고급숙소였다. 당시 이름은 ‘팀벌라인 인’(노르케이 스키장에 같은 이름의 호텔이 최근 문을 열었다).

그러나 내가 찾았을 때는 옛 모습 대신 럭셔리한 부티크 호텔(2004년 재 개관)로 변해 있었다. 2년간의 리노베이션 덕분이다. 그래도 원래의 ‘산장’(샬레 스타일) 분위기는 여전했다. 지붕을 덮은 슬레이트(점판암의 석편), 비스트로(가벼운 식사와 음료 술을 파는 식당)의 낡은 테이블이 특히 그랬다. 슬레이트는 밴프스프링호텔(캐나다철도회사가 운영했던 고풍스러운 럭셔리 호텔)에서 가져온 폐자재, 테이블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격납고를 뜯어낸 나무로 만들었다.


밴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주니퍼 호텔의 객실. 창문을 통해 밴프국립공원의 캐나다로키 산악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자 통유리 창으로 산악풍광이 펼쳐졌다. 런들, 고트, 선댄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캐나다로키의 장대한 산줄기다. 음식 메뉴도 독특했다. 바이슨(아메리카들소)과 로키마운틴 화이트피시, 주니퍼베리 소스 등등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 향토 요리가 즐비했다. 바이슨을 좇아 보 밸리로 들어온 원시인이 혈거를 튼 곳이 바로 여기(유적지로 지정됨)라는 이곳의 역사를 호텔은 요리를 통해 말하고 있었다. ‘무카묵’이라는 비스트로 바의 이름에도 역사는 남아 있다. 원주민 말로 음식 혹은 축제라는 뜻이다.


밴프타운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멋진 전망의 주니퍼호텔은 부티크호텔로 음식도 훌륭하다. 비스트로 무카묵에서 쉐프가 선보인 요리.

이 호텔의 객실은 52개. 이 중 펜트하우스(하늘채)가 딱 하나 있는데 객실 3개의 이 스위트룸은 종종 투숙객의 관심을 산다. 1960년대 초반에 미국 여배우 먼로가 묵은 역사 때문이다. 먼로와 밴프의 인연은 1953년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을 통해 이뤄졌다. 당시 그녀는 함께 출연한 로버트 미첨과 함께 밴프를 찾았는데 활달한 성격으로 대중에게 친절했던 만큼 밴프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 앨버타의 눈 세상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첫째는 스키다. 스키를 즐기자면 밴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각 스키장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매일 이곳에서 오간다. 주변 스키장은 모두 세 개. ‘빅스리(Big3)’라고 불리는 레이크 루이스와 선샤인빌리지, 스키 노르케이를 말한다. 노르케이는 밴프 타운에서 자동차로 15분이면 닿는 지척이지만 규모는 작다. 그래도 하이원 스키장 정도는 된다. 올해 개장 80주년을 맞는 선샤인 빌리지는 이름 그대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스키를 즐기는 특별한 곳이다. 캐나다로키의 주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위치다 보니 풍광도 기막히다. 인공설을 전혀 쓰지 않을 만큼 눈이 많이 내리고 설질(雪質)도 좋다.

그러나 풍광과 설질이 좋다 해도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칭찬하는 곳은 레이크루이스다. 산 네 개로 이뤄진 대규모인 데다 백컨트리 스키(슬로프 반대편 산기슭의 자연설 슬로프에서 타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면 멀리 바라다 보이는 레이크루이스 호수와 호반호텔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멋진 풍경도 한몫을 한다. 고성을 닮은 호텔이 꽁꽁 얼어붙은 채 흰 눈에 덮인 호수와 그 뒤로 펼쳐진 빙하계곡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동화책 속 그림처럼 신비롭다. 5월 중순까지 스키장을 운영해 스프링(봄) 스키를 즐기기에도 좋다. 2년 전 4월에 여기서 스키를 탔는데 봄인데도 눈이 풍성하고 기온도 적당한 데다 날씨까지 화창해 스프링 스키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캐나로로키 산중에서 즐기는 온천욕이다. 온천은 밴프 역사의 핵심이다. 19세기 중반 대륙횡단철도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인부 세 명이 밴프 산속에서 우연히 온천을 발견한다. 이들이 돈을 받고 영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방정부는 영업차단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가 묘수를 낸다.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해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것이었다. 밴프 국립공원은 이렇게 태어났고 법률에 따라 이들은 이 노다지를 포기해야 했다. 이후 캐나다정부는 이곳의 온천개발을 규제하며 앨버타 주에 단 세 곳만 야외 풀 형태의 온천을 허가했다. 밴프 타운 언덕 중턱의 어퍼핫스프링(Upper Hot Spring)이 그중 하나다. 관광객뿐 아니라 스키어도 즐겨 찾는 곳인데 눈 속에서 즐기는 노천온천욕은 스키로 인한 피로를 푸는 최고의 ‘애프터스키’다.

세 번째는 밴프 근방의 설퍼마운틴을 곤돌라로 오르는 ‘밴프곤돌라’ 산악투어다. 해발 2281m의 산정의 전망대에 오르면 밴프 타운은 물론 캐나다로키의 암봉과 그 사이로 흐르는 그 강이 이룬 보 밸리의 아름다운 설경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캐나다로키를 감상하는 데 이보다 좋은 전망대는 없다.



【여행정보】

◇밴프 ▽기온 △1월=영하 16∼영하 4도 △4월(봄)=영하 1도∼영상 8도. 스키장은 영하 9도까지 내려감. ▽더 주니퍼 호텔(www.decorehotels.com)=현지 전화 1-877-762-2281 ▽온천=www.hotsprings.ca ▽밴프곤돌라=www.banffgondola.com

◇스키 ▽숙소 예약=현지 여행사인 ‘빅스리스키’ 홈페이지(www.skiBig3.com) 참조. ‘예약 및 가격산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빅스리를 두루 이용하는 통합리프트권도 판매한다. ▽패키지상품=파로스트래블(www.pharostravel.co.kr) 02-737-3773

◇관광정보 △앨버타 주 관광청 한국사무소(www.travelalberta.com)=02-725-0420 △캐나다 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www.travelcanada.or.kr)=02-733-7790

 
밴프=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