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딛고 올해 사무관 승진시험에 합격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정병산(55) 수사관. [연합] |
인생의 마디마디에 시련이 녹아있는 50대 중반의 검찰 수사관이 7전8기의 노력 끝에 사무관 승진 시험에 합격한 사연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면서 동료 공무원들에게잔잔한 감동과 용기를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승진시험에 합격해 내년부터 사무관 생활을 시작하는 수원지검성남지청의 정병산(55) 수사관.
1952년 전남 승주군의 한 두메산골에서 출생한 정 수사관은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지독하게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을 한달 가량 앞두고 자퇴했다.
그는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배려로 가까스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학업에대한 미련을 남겨둔 채 산골에서 땔감을 해 오는 일을 했다.
밤늦게라도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이웃마을 이발소에 취직했던 그는 초등학교 최우수 졸업상으로 받은 국어사전과 옥편 등을 챙겨들고 무일푼으로 기차에 올라타는 `도둑 상경'을 감행(?)했다.
며칠을 굶은 채 떠돌면서 `먹여주고 재워줄 곳'을 찾던 그는 자신을 받아 준 서울의 한 이발소에서 손님 머리를 감겨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서점에서 구한 책으로 당시 5급을류 행정직 공무원(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영어를 한 글자도 몰랐던 그는 수차례 시험에 낙방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좌절한 나머지 `효도 한번만 하고 세상과 하직하자'고 생각했던 그는 시골에서 아들이 멀쩡히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부모님을 서울로 데려왔다.
남산 구경을 시켜드리고 부모님을 열차에 다시 태워 보낸 그는 시내의 한 여인숙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억센 운명은 그냥 놔두지 않았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한번 더 죽기살기로 해 보자고 결심하고 시험에 도전해 1978년 감격스럽게 합격했다.
"첫 출근날 기분은 얼마나 좋았는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다시 이발소에서 머리를 감겨주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 수사관은 승진 자격을 갖춘 2000년부터 사무관 시험에 도전했지만 밤 새워 수사하는 것이 보통처럼 여겨지던 업무 여건상 짬을 내 책을 보기조차 어려웠다.
정 수사관은 7차례 시험에 떨어졌지만 수사가 없는 공휴일에도 사무실로 나와 책과 씨름하는 등 끈질기게 도전을 계속해 올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30일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이 나한테는 왜 이렇게 벅찬 기쁨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악조건 속에서 승진 준비를 해야 하는 후배들에게 좀 더 유리한 인사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아일보 입력 2007.12.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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