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무대

친노, 낮은자세로 `돌파구' 모색

친노, 낮은자세로 `돌파구' 모색

대선 참패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친노(親盧) 진영은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주로 정동영 전 의장측과 김한길 그룹 의원 사이에서 친노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친노 진영은 이전과 달리 맞대응을 피하면서 ‘때리면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노 진영 의원은 “저쪽에서 우리 책임을 묻고, 우리가 저쪽 책임을 물으면 서로 힘들어진다”며 “입을 다물자는 게 우리 결의사항”이라고 말했고 다른 친노 의원은 ‘친노 책임론’ 제기에 대해 “누워 침뱉기”라고 지적했다.

친노 진영의 이런 태도는 대선패배 책임을 두고 당내 공방을 벌일 경우 소모전으로 치달으면서 분열적 모습만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당에 반대하는 노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평가포럼 핵심관계자들과 만나 “당이 깨지고 터지더라도 당을 지키고 끌어안고 가야 한다. 새로운 당을 만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친노 의원들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는 무엇보다 노 대통령 임기 말에 더 이상 친노 ‘꼬리표’가 정치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친노 의원은 “이제 ‘친노 진영’ 대신 ‘이해찬 전 총리측’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다른 의원은 “탈당한 대통령이 임기 말인데 무엇을 어쩌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김형주 의원은 “참여정부도 끝나가는 판에 더 이상 ‘친노’와 ‘비노’로 얘기해선 안된다. 노선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 진영이 새로운 정책 노선을 정립해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나고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이치범환경부장관 등 이해찬 전 총리 경선 캠프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정치 연구소 ‘광장’을 설립키로 하고 오는 27일 광장 준비위원회 첫 세미나를 열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열리는 세미나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2개의 세션을 마련, 김형주 의원이 ‘한국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노선’을, 윤호중 의원이 ‘정치개혁과 정당 현대화’를 주제로 각각 발제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대선을 통해 나타난 중도층의 증가와 실용주의 선호 경향 등 현실적 변화를 정리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구좌파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신좌파라고 할 새로운 강령이나 원칙을 정리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당 지도체제나 의사결정 구조 중 현실에 부합하지 않았던 부분을 진단하고 반성적 대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장’ 준비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사회에 있었던 변화를 진단하고 성장전략, 노동정책, 세계화 대응 전략 등을 정리해보고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의원도 “앞으로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집단이냐’는 것”이라며 “진보세력의 정책적 전환이 본질적 문제이며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동시 실시하는 사회 대계약 같은 정책 어젠다로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07.12.24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