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에도(江戶) 막부가 조선통신사를 초대해 사절단이 먼 조선 땅에서 이곳까지 방문했습니다. 오래 전 역사 교류를 기념하는 뜻에서 이번 불꽃놀이의 테마는 '한류'로 하겠습니다." 6일 오후 7시 일본 중부 도치기현 닛코(日光)시 닛코운동공원. 캄캄한 밤하늘 속으로 울려퍼지는 아나운서 멘트에 공원과 인근 하천변을 빼곡히 메운 3만여 축제 참가자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 '뻥뻥'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놀이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때로는 활짝 핀 한 송이 코스모스가 그려졌고, 또 때로는 가창오리의 웅장한 군무가 연출됐다. 닛코시는 해마다 닛코겟코페스티벌을 연다. 이날 불꽃놀이는 그중 한 프로그램이다. 조선통신사 방문 400주년인 올해는 이를 기념해 특별행사를 마련했다. 불꽃놀이의 4개 테마 중 하나도 그래서 조선통신사 한류로 잡힌 것이다. 이날 낮에는 같은 장소에서 닛코시에 사는 재일거류민단 풍물패들의 농악 공연도 열렸다. 재일동포들은 농악놀이로 한바탕 흥을 돋운 뒤 일본 사람들에게 김치 담그는 시범도 보였다. 대회장 곳곳에는 부침개 등 한국 전통음식도 제공됐다. 400년 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가 수세기를 건너 뛰어 현대판 한류로 되살아난 듯했다. 닛코시는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가 세 차례 최종 도착지로 삼은 곳이다.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은 임진왜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화친 제의에 의해 길이 열렸다. 1603년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는 전국시대 전란에 지친 일본에 평화를 정착시킨 인물이다. 그가 통치 이념으로 도입한 주자학의 영향이 컸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도쿠가와는 전쟁 모델을 평화 모델로 바꾼 사람"이라며 "그가 일본에 주자학을 들여와 패도를 문치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조선통신사는 일본에 파견된 문화사절단으로서 도쿠가와 통치 이념에 힘을 실어주는 연료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평화적인 전후 처리를 위해 조선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사명대사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때인 1593년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으로 평양성 탈환 작전에 참가해 공을 세운 인물이다. 1594년부터 1597년 사이에는 적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진중을 직접 찾아가 네 차례나 강화 담판을 벌였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사명대사는 조정의 명을 받아 일본 교토(京都)로 갔다. 1605년 교토 후시미(伏見)성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전후 처리 문제와 강화회담을 하고 국교 회복과 조선인 포로 송환, 통신사 파견 등의 길을 열었다. 그 후 에도시대 260여 년간 12회에 걸친 통신사 파견으로 양국 간의 친선과 문화 교류는 꽃을 피웠다. 통신사의 주임무는 왕의 국서를 전하는 것이었지만 양국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원조 한류'의 역할도 했다. 그래서 통신사는 양국의 문화.문물 교류를 이끌어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의 평화 공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조선통신사는 260년 동안 일본에 평화를 유지하게 해 준 한류였다"고 말했다. 닛코시는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연말까지 통신사가 묵었던 숙소 터에 안내 비석을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이토 후미오 (藤文夫) 닛코시장은 "통신사 400주년을 기념해 올해 시와 상공회의소에서 여행단을 모집, 12월 한국을 방문한다"며 "조상들의 선린 교류를 본받아 우리들도 양국 교류를 늘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꽃놀이를 지켜본 데라자키 다이스케(寺岐大輔.회사원)는 "통신사의 취지를 살려 두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 교류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싶다"며 "학생들이 홈스테이 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도치기TV가 초대한 한국 고교생 6명과 교사 2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하코네에서 닛코까지 통신사가 올라온 길의 일부분을 따라 올라오면서 통신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닛코(일본 도치기현)=박경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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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7.10.18 05:16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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