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평론

與野의 대한민국 ‘주류 전쟁’… 승리 공식과 반대로 간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2000년 이후 총선 여야 각각 3승3패
‘산업화’ 對 ‘민주화’ 이름으로는 최종전 될듯
與, 강성 지지층 의식한 지나친 이념적 접근
승리에 필요한 ‘중도·보수 동맹’ 스스로 해체
野, 대선 불복 심리로 反윤석열에만 의존
2004년 탄핵 역풍에 참패한 한나라당과 비슷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3.07.28. 03:00업데이트 2023.07.28. 05:59
그래픽=이철원

몇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한 두 전쟁’이란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두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밖으로는 ‘자유주의 동맹’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중 패권 전쟁’과 안으로는 민주당에 맞선 ‘주류 교체 전쟁’이다. 세계관의 충돌이란 측면에서 두 전쟁은 사실상 한 전쟁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 총선은 1600년 일본의 ‘세키가하라’ 전투에 비견할 수 있다>고 썼다. 말 그대로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 선거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정통성을 놓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겨루는 아마겟돈이다.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외교·안보·경제·교육·복지·재정·산업 등 모든 정책의 ‘운명’이 결정된다. 한편으론 2022년 대선 연장전이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민주당은 아직까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집단적 ‘인지 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대선 불복’ 상태로 보인다. 2002년 노무현에게 패한 한나라당도 그랬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감정이 탄핵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인 152석을 내주며 참패했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0.73%포인트 차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조국 사태’ 이후 사실상 ‘심리적 내전’ 상태였으므로 심리적 불복을 예상 못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통령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대선에 불복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면 총선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다.

사실상 양당제로 귀결된 2000년 이후 민주당은 2004·2016·2020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보수 정당은 2000·2008·2012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2008년 총선은 한나라당의 압승이었고 2020년 총선은 민주당의 역사적 압승이었다. ‘보수 동맹’과 ‘민주 동맹’ 모두 역사적 대승과 역사적 참패를 경험했다. 대한민국 ‘주류’를 놓고 벌이는 한판 대결은 불가피하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가 상수였다. 민자당 대 반민자당,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새누리당 대 반새누리당 구도는 보수 우위 시대를 상징했다. 보수 정당은 독자적 집권이 가능했지만 민주당은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통합 진보당과 선거 연대’가 불가피했다.

이 지형이 2017년 중도 보수의 이탈로 ‘보수 동맹’이 해체된 이후 근본적으로 변했다. 지금은 민주당 대 반민주당 시대다. 민주당이 상수다. 민주당의 전매특허였던 ‘후보 단일화’ ’선거 연대’ ’합당’은 이젠 보수의 몫이 되었다. 유권자 지형도 변했다. ①맹목적 민주당 지지 30% ②민주당 성향 스윙보터 20% ③보수 성향 스윙보터 30% ④맹목적 국민의힘 지지 20%다. 절대 지지층 규모도 민주당 우세다. 양쪽이 똘똘 뭉치면 50% 대 50% 싸움인데 양쪽 모두 승리 공식인 ‘중도·보수 동맹’(국민의힘)과 ‘2030 세대 연대’(민주당)를 스스로 해체한 터라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1996·2008·2020년 총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96년 총선은 김영삼의 신한국당,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김종필의 자민련에 통합민주당이 맞선 4당 체제였다. 선거 결과는 신한국당 139석, 새정치국민회의 79석, 자민련 50석, 통합민주당 15석이었다. 신한국당이 충청도와 대구를 자민련에 내줬지만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 분열 어부지리로 서울·경기·인천에서 모두 이겼다. 민주당이 분열하면 안 되는 이유다.

분열을 막는다고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불과 81석밖에 못 얻었다. 이례적으로 낮은 투표율 46.1%는 2004년 투표율 60.6%에서 무려 14.5%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20~30대의 투표율이 특히 낮았다. 민주당의 ‘심리적 분열’이 투표 이탈로 이어진 것이다. 친명·반명의 대립은 자칫 2008년 상황을 재연할 수 있다.

민주당의 반면교사는 2020년 미래통합당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때만 해도 선거 전망은 밝았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와 강성 지지층 때문에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탓에 중도의 이탈로 역사적 대참패를 당했다. 민주당도 반(反)윤석열에만 의존하고 변화를 거부하면 미래통합당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2012·2016년 총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16년 총선은 (안철수 탈당으로 촉발된) 민주당 분열로 새누리당이 좋은 환경이었지만 ‘친박’의 (유승민 등에 대한) 공천 학살에 실망한 중도의 이탈로 민주당에 승리를 헌납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우를 범할 수 있는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반면교사는 2012년 민주당이다. 2011년 10월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에게 패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가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한미 FTA 비준안 강행 처리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선거 전망이 밝지 않았다. 만약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국민 성공 시대’ 실패를 공략했다면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근혜의 등장을 호기로 보고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과 ‘한미 FTA 반대’ ’강정 마을 해군기지 반대’를 내건 통합 진보당과 선거 연대해 이념 대립 구도를 만드는 우를 범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중도·보수층을 다시 결집시켰다. 지금 국민의힘도 그런 우를 범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나친 이념적 접근으로 ‘우리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다가 되레 ‘민주당 지지층 결집’만 시키고 있다.

선거 전략은 단순하다. ①우리에 대한 지지 강화 ②우리에 대한 반대 약화 ③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 등 네 가지 중 국민의힘은 ②④③① 순으로 캠페인 전략 순위를 두는 게 옳다.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③②①④ 순이 옳다. 지금 민주당은 ③①④② 순이다. 양당 모두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이지만 국민의힘이 훨씬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먼저 변하는 쪽이 역사적 ‘주류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 과연 누가 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