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수 기자기자 구독
입력2023.06.16 08:07 수정2023.06.16 10:47
아남 창업주 고 김향수 명예회장 20주기
1968년 한국 최초 반도체기업
아남산업 창업 후 패키징 사업 시작
미국엔 앰코테크놀로지 설립
세계 2위 패키징업체로 성장
"메모리는 삼성이 하는 게 어떨까요"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에 권유
한국 반도체 산업 일으키는 데 기여
1968년 한국 최초 반도체기업
아남산업 창업 후 패키징 사업 시작
미국엔 앰코테크놀로지 설립
세계 2위 패키징업체로 성장
"메모리는 삼성이 하는 게 어떨까요"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에 권유
한국 반도체 산업 일으키는 데 기여
현재 세계 패키징 시장은 대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가 자국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패키징 기업들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패키징 세계 1위로 올라선 대만 ASE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엔 TSMC도 자체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7명으로 시작한 반도체기업, 2년 만에 1000명 고용
앰코의 창업자는 고(故) 김향수 아남 명예회장이다. 김 명예회장은 1912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일본대(日本大) 법과전문부를 수료했다. 1939년 일만무역공사를 세워 사업을 시작했고 1956년에 한국자전차공업을 창업했다. 한때 정치권에도 몸담았다.김 명예회장은 첨단 기술 산업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미국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에서 만난 공학자들이 "반도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한국에선 반도체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미친 짓"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김 명예회장은 반도체 회사 창업을 결심한다. 그렇게 국내 최초의 반도체 기업 '아남산업'(아남반도체의 전신)이 1968년 3월 서울 화양동에 설립됐다. 김 명예회장은 동시에 미국에 앰코테크놀로지를 설립한다. 그의 나이 56세 때의 일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에게 "D램 사업은 삼성이 해야" 권유
짧은 기간 급성장하게 된 배경으론 '신뢰'가 꼽힌다. 1970년대 초반 한강에 홍수가 나 아남산업 공장이 물에 잠기게 됐다. 물에 젖은 설비를 꺼내 헤어드라이어로 말려가며 정상화했고 결국 납기를 맞췄다. 종업원들과의 신뢰도 지켜왔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80년대 중후반 불황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1980년대 초반 김 명예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에게 'D램 같은 메모리반도체 사업 진출'을 권유하기도 했다. 대규모 장치 투자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하는 게 맞다고 판단, 평소 친분이 있는 이 창업 회장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1998년 '파운드리' 진출했지만 IMF 위기로 동부에 매각
김 명예회장은 1992년 장남 김주진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준다. 그는 "김주진은 내 아들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라며 김 회장에게 믿음을 보냈다. 김 회장은 "1997년엔 30대 그룹, 2000년엔 10대 그룹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남은 1998년 재계 21위에 오른다.김 회장은 패키징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로 가자'고 결심했다. 1998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 시작한다. 그해 미국 앰코테크놀로지는 나스닥에 상장하며 성장성을 인정받게 된다.
앰코베트남 발판으로 패키징 세계 1위 노린다
김 명예회장의 20주기인 올해 앰코테크놀로지가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한국법인인 앰코코리아의 지종립 사장(CEO)은 '세계 1위 패키징 업체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55주년 기념사'를 통해 "김향수 명예회장과 현 김주진 회장은 산업보국, 인재 양성, 기술 발전, 고용 창출을 통해 인류애에 헌신한다는 일념으로 한국에는 생산기지인 아남, 미국엔 영업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앰코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 와이어 본더 3대, 다이본더 2대로 시작한 앰코의 반도체 후공정 사업이 이젠 전 세계 8개국 20개 사업장을 갖춘, 임직원 3만명, 연 매출 9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2021년 3월 지 사장이 CEO로 취임한 이후 실적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엔 매출 1조6800억원, 종업원 수 5900여명 수준이었다. 2022년엔 매출이 4조 5420억원, 종업원 수는 7300여명으로 늘었다,
앰코테크놀로지는 앰코코리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패키징 생산기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앰코베트남은 오는 9월 말 완공,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지 사장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을 선택,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며 "앰코 또한 베트남에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사업장을 건설하여 향후 반도체 후공정 생산 허브로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점 중요해지는 첨단 패키징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침체기를 맞았지만 앰코는 올해 8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속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첨단 패키지 생산과 장비 투자, 베트남 신규 사업장 건설 등에 들어간다.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 최근 반도체가 더욱 미세해지고 기능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딥러닝, 클라우드컴퓨팅 흐름에 따라 초고속컴퓨팅(HPC)이 필요해지면서 패키징 기술도 이종집적, HDFO (High Density Fan-Out) 분야가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앰코는 '시스템인 패키지(SiP)', 'SWIFT'(High Density Fan-Out 기술), 'S-Connect'(Si bridge 기술)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앰코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용 반도체 패키징이다. 앰코 관계자는 "발빠른 투자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력을 확보, 자동차용 반도체 세계 1위 OSAT 업체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이 회복되고 있는 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신규 출시,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로 앰코의 실적이 올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인재 채용도 거르지 않고 있다. 앰코코리아는 지난해 △연구개발 △엔지니어 △고객 만족 △제조 △제조 장비 등에서 약 17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1분기에도 300여명의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했고 추가로 1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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