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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부인 아닌 여자와 밥 안먹는다" 그런 펜스가 母 연끊고 만난 여자

중앙일보

입력 2023.06.09 07:00

업데이트 2023.06.09 08:06

지난 7일, 캐런 펜스(왼쪽)가 남편 마이크 펜스(오른쪽)를 연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 출마 선언을 위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부인이 아닌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일명 '펜스 룰'로 알려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원칙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펜스 전 부통령이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펜스 룰'의 또 다른 주인공, 부인 캐런 펜스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이오와주(州)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펜스를 연단으로 소개한 이가 바로 캐런이다. 배우자가 소개 연설을 하는 관행에 따라서다. 펜스 전 부통령은 출마 선언 후 연단에서 청중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도 부인을 꼭 안고 있었다.

캐런 펜스는 남편보다 두 살 많은 1957년생, 66세다. 인디애나주(州)에서 성장한 그는 명문대 욕심을 내지 않고 접근성이 좋은 버틀러대학교에 진학해 초등 교육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고, 미술을 부전공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바로 일을 시작했고, 의대생이었던 스티브 휘태커와 1978년 결혼했으나 곧 이혼했다. 둘은 고교 시절부터 사귄 사이였다.

캐런이 마이크 펜스를 만난 건 1983년, 교회에서다. 캐런 펜스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마이크 펜스는 가톨릭이 모태신앙이었으나 개신교로 개종했다. 마이크 펜스는 개종한 뒤 부모, 특히 어머니와는 절연 당했지만 부인을 만난 셈. 여러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둘이 만난 곳은 교회의 음악 동아리로, 기타를 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캐런은 펜스의 인디애나 주지사 경선 당시 홍보 영상에서 "마이크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며 "첫 데이트에 스케이트를 타러 갔는데, 어느새 마이크가 내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와 캐런 펜스의 결혼식. [마이크 펜스 트위터]

펜스 전 부통령은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 "우리 주에서 최고위직 관료를 꼽으라면 캐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캐런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런은 청혼을 받을 때까지 금 십자가를 갖고 다녀왔는데, 그 십자가엔 '예스(Yes)'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만큼 청혼에 대한 답을 십자가로 한 것이다.

마이크 펜스가 십자가를 받은 건 1985년. 둘은 곧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마이크 펜스는 여러 계기에 "캐런과 결혼한 것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일"이라거나 "꿈에 그리던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미국판 코즈모폴리탄에 따르면 캐런 펜스는 기자회견을 위해 길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을 위해 생수를 갖다 주거나, 생일을 맞은 이가 있다면 컵케이크를 선물하는 등 따스한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2021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중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부부. AP=연합뉴스

일 욕심은 꽤 있는 편.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계속 일하다 첫 딸을 낳고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해서 화가로도 데뷔했는데, 한창 열심히 그릴 때는 1년에 35 작품까지도 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수채 기법으로 주택이나 풍경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경제지인 포천에 따르면 그는 2015년엔 작은 타올 관련 사업도 벌였으나 곧 접었다고 한다.

그의 천직은 교사다. 남편이 인디애나 주지사로 당선하면서 교사로 일할 수 없게 되자, 교육 관련 재단을 대신 꾸렸다. 세컨드 레이디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도 교직으로 복귀하는 일이었다. 당시 그가 택한 학교는 기독교적 색채가 뚜렷하며, 게이 및 레즈비언 부모의 자녀가 입학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비판적 여론이 일었지만 펜스 부부는 오히려 "잘못된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환호하는 북한 측 김여정 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달리 앞줄의 마이크 펜스, 캐런 펜스 부통령 부부는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한도 여러 번 했다.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은 펜스 부부에게 특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바로 앞줄에 앉았기 때문이다. 펜스는 자서전 『하느님께 맹세합니다(So Help Me God)』에서 이같은 자리 배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의 계획이었다며 "의도적으로 김여정 부부장을 피하고 무시했다"고 적었다. 캐런 펜스 역시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을 주시했다. 펜스 부부가 환히 웃으며 일어났던 유일한 순간은 당시 미국 대표선수단이 입장했을 때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