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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인터뷰] 강규형 국가기록원장 "기록을 정치로 '재단'하는 악습 고칠 것"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편파왜곡방송, '민노총'이 독점하는 구조 바꿔야"盧 NLL, 文 풍산개 사례 언급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부합하도록 기록관리 재편"

조문정 기자

입력 2023-05-18 15:58  수정 2023-05-18 15:58

▲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모습. ⓒ강규형 위원장 제공

'강골'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윤석열정부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강 신임 국가기록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KBS이사직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해 3년8개월 만인 2021년 9월 '문재인 사법부'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낸 '강골'로 잘 알려져 있다.
 
강 위원장은 2015년 9월 박근혜정부의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추천으로 KBS 이사로 임명됐지만, 문재인정권 출범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과 민노총의 '찍어내기' 대상이 됐다.
 
KBS2노조를 비롯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들은 '탄핵 당한 대통령이 추천한 이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직장과 자택, 심지어 교회까지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퇴진을 요구했다.
 
다른 이사들과 달리 강 이사가 끝내 굴복하지 않자 '문재인정부의 KBS'는 정기감사에서 문제 없이 통과됐던 업무추진비를 대상으로 '표적특별감사'를 벌였다.
 
강 이사의 해임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방통위는 같은 해 12월27일 청문회를 열고 '강규형 이사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바로 다음날인 28일 해임건의안을 재가하면서 강 이사는 임기 8개월을 남기고 해임됐다.
 
문재인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가 최초로 수면에 드러난 순간이자, 신군부의 핍박을 받았던 고(故) 강창성(전 육군보안사령관, 육사 8기) 장군의 모습이 겹치는 순간이었다. 박정희정부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육사 사(私)조직인 '하나회'를 적발했다 '하나회 신군부'에 의해 숙청된 강 전 장군의 막내아들이 바로 강 위원장이다.
 
강 이사는 장장 3년8개월에 걸친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해임되지 않았다고 해도 임기는 이미 2018년 8월 끝난 상황에서 승소한다고 복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명분과 자존심 회복이 중요했다.
 
법원은 강 이사의 손을 들어 줬다.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고, 다른 이사들도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사실이 적발됐는데 강 교수만 해임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4명 중 3명이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으로 구성된 '문재인 대법원'마저 2021년 9월 문 대통령 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조차 '대통령 지정기록물'(최장 30년간 비공개 가능)로 지정된 현실에서 강골 중의 강골인 강 위원장이 제6기 국가기록관리위원회를 이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본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강 위원장의 취임일성, 문재인정부와의 투쟁에 대해 들어봤다.

▲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2017년 11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앞에서 강규형 당시 KBS 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두 번째 장외집회를 열고 있다. 250여 명의 KBS 2노조 조합원들이 명지대 내부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촘촘히 막으면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통행에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명지대 입구 바로 앞에 2차선 도로가 있어 평상시에도 교통이 불편했지만, KBS 2노조는 입구 오른편 좁은 보행로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트럭까지 주차해 승용차와 셔틀버스 출입이 원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명지대 한 교수는 "집회 시간에 본관에서 강의 중이었는데 학내까지 들어와 시위했던 지난번보다는 그나마 나은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처에서 집회를 끝까지 지켜본 한 명지대 교직원은 "문제의 옳고 그름 여부를 떠나 KBS 내부 문제를 갖고 매번 남의 학교에 떼로 몰려와 학교를 시위판으로 만드는데, (새노조가) 학교 구성원에게 계속 피해를 끼쳐서야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DB

 
다음은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정권에 이렇게 '미운털'이 박히게 된 계기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재인정권과 민노총 언론노조가 빨리 공영방송들을 장악하려 했는데 저 혼자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KBS는 장악이 몇 개월 늦어지고, KBS에서는 직원 중 '미운 놈'들을 해임 등으로 내쫓는 일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빨리 '함락'된 MBC에서는 30여 명이 해고 등으로 쫖겨났습니다. 게다가 제가 곧 문재인을 고소하고 소송에서 내리 이기면서 한마디로 문 정권과 언론노조가 스타일을 구기게 됐으니 제가 미울 수밖에 없겠지요."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을 것 같다.  스트레스로 인한 대사증후군까지 앓았다는데, 건강은 좀 어떤가?
 
"원래 타고난 강골이라 잘 버티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건강에 무리가 왔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이 몇 년간 외모가 많이 망가졌다고 말씀하더군요. 저를 알던 기자분들도 그렇게 기사에 썼고요."
 
(그의 말마따나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한 법적 투쟁에 나서기 전 그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2021년 5월 칼럼에서 강 위원장의 모습을 "4년 전 KBS 이사 해직 사태에 휘말리기 전의 활기와 열정이 넘치던 얼굴은 사라졌다. 보기 좋은 체형이었는데 몸은 마르고 배만 불룩 나와 있었다. 머리는 덥수룩했다. 지친 표정이었다"고 서술했다.)
 
-민노총 산하 KBS2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카메라까지 동원해 직장(명지대)으로 들이닥쳤고, 자택 앞에 잠복해 가족들 사진까지 찍었는데, 가족들은 좀 어떤가?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야비한 짓들을 하면서 괴롭혔습니다. 가족들이 겪은 고통도 상당했습니다. 언젠가 천벌을 받겠죠."
 
-문 전 대통령에 맞서자 많은 소송이 뒤따랐다.
 
"온갖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제가 비판글을 쓰면 '명예훼손'이니 '모욕'이니 하면서 민·형사상 소송을 걸어왔고, '한모 씨'라는 유명 저격수까지 동원해 불기소 처분이 난 사건을 대검에서 다시 내려보내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인 건들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법적 괴롭힘'(legal harassment)이었습니다. 개인은 권력과 조직의 이러한 괴롭힘을 당해내기가 힘듭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점수 조작'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돼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위원장 임기도 오는 7월까지라 방통위의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 KBS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하다.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들은 예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장악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더 중요 직책에 올라가고 온갖 불공정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김의철 KBS 사장도 마지못해 국회 상임위에서 저에게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악행을 참회하고 물러나야 합니다. 이대로 왜곡방송이 계속된다면 KBS와 MBC는 문을 닫는 수준의 수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국민의힘도 예전과 같은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방송을 정상화할  '파이터'를 책임 있는 직책에 임명해야 합니다."
 
-언론노조가 KBS 보도와 경영에 개입하면서 좌편향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수신료 거부운동과 KBS 민영화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신료 폐지와 KBS 민영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보지도 않는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병합해 강제로 납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KBS는 70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를 앉아 받는 것으로 먹고살았죠. 총예산의 45% 정도가 수신료입니다. 엉터리 방송을 하면서 지나치게 고연봉(직원들 평균연봉 1억원 정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해야 하고, KBS는 구조적으로 재조직해야 합니다. MBC는 민영화로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KBS·MBC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국의 편파·왜곡방송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방송을 '민노총 언론노조'가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편파·왜곡방송은 절대로 없어질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언론노조가 영원히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와 함께한 사진을 게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제6기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취임일성을 밝힌다면?
 
"한국의 기록 관리는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고, 신뢰 저하를 가져온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6기 국기기록관리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추진할 과제는?
 
"기록 관리분야도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방향에 부합하도록 재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입니다. 또한 정치적 편견에 따라 기록과 팩트를 악용하는 악습을 고치는 데 노력해야겠습니다. 두 개의 케이스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지난해에야 유죄 판결이 난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회의록 삭제 사건'에서 나타난 정치계와 기록계의 입장 변화는 대표적인 악습이었습니다. 일부 정치계와 기록계는 처음에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포기 발언 사실과 그 회의록의 존재가 확실해지자 다시 일제히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노무현 대통령기록물에 그 회의록이 있는데 단지 못 찾을 뿐'이라고 강변했습니다. '회의록이 거기에 없을 리가 없다'고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다 고의로 회의록이 삭제된 것이 확실해지자 '삭제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을 180도로 바꿨습니다. 이런 낯뜨겁고 현란한 말 바꾸기에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대통령후보 당시 '남북정상회담의 비밀대화록이 존재한다면 책임지겠다'고 발언하다가 대화록이 있음이 밝혀지자 '대화록은 있지만 NLL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뻔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계속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고, 거짓말이 탄로나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풍산개 해프닝'도 한국 기록계의 문제를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공공기록물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동·식물은 공공기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 2022년 3월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6조 3항을 졸속으로 개정하면서 동·식물을 이관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퇴임 며칠 전 그 유명한 문 대통령과 대통령기록관장 사이의 협약서가 체결된 것입니다. 이것은 상위법을 무시한 위법행위입니다. 속히 정상적으로 재개정해야 할 일입니다."
 
-국가기록관리위는 대통령기록관과 어떻게 협업이 이뤄지나?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는 국가기록원장·대통령기록관장·국회도서관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위원회 안에는 네 개의 전문 위원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가 과거에 위원으로 재임하기도 했던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입니다. 즉,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는 당연히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자문과 심의를 받아야 하지요."

▲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원장의 모습. ⓒ뉴데일리DB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치적 스탠스(stance)에 따라 기록에 대한 입장이 표변하는 관습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한국 기록계의 당면과제는 디지털의 취약성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왜곡과 이로 인한 인포데믹(Infodemic, 잘못된 정보와 악성 루머가 전염병처럼 빨리 확산는 현상) 등의 사회적 병리현상의 증가입니다. 이로 인한 공동체의 갈등 증대와 신뢰 저하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포데믹은 팬데믹(pandemic)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특정 정치세력은 정권 차원에서 이러한 것을 노골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사회와 정치계 일각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가짜뉴스(fake news), 가짜 정보(fake information)를 악용하고 상당수 대중은 이것을 그대로 믿는 전형적인 탈진실(post-truth) 시대가 한국에 도래했습니다. 탈원전, 4대강 등의 분야에서는 국가기관이 생산하는 문서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악습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조문정 기자 supermoon@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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