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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탈원전’ 문미옥은 과기정책원장… 한전공대法 신정훈, 양곡법 주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한전 부실’

입력 2023.05.16. 03:33업데이트 2023.05.16. 09:58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는 이념에 매몰된 문재인 청와대, 표에 목을 맨 정치권, 이에 장단을 맞춘 관료들의 합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청와대는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전기료 동결을 물밑에서 조율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표심을 노리고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 특별법을 강행했다. 관료들은 탈원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한전 적자가 수십조 원 쌓이는 것을 보면서도 시킨 대로 움직였다. 이 같은 총체적 난맥상이 요금 인상 청구서로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다.

◇청와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겸 에너지전화 TF 팀장, 문미옥 과학기술 보좌관, 강기정 정무수석(문재인 대통령 당시)

2017년 6월 19일,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후 탈원전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당시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 겸 에너지전환TF 팀장,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이 이를 주도했다. 문 보좌관은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돼 정비를 연장한다’는 보고를 했고, 이를 본 문 전 대통령은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했다고 한다. 이후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됐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거나 백지화했다.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정부에서 문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주도했다. 그 결과 교수는 일반 국립대의 두 배 수준 연봉을 받고, 학생들은 등록금·기숙사비를 안 내도 되는 지금의 한전공대가 등장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를 주도한 인사들은 책임을 피해 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면서도 사저 인근 ‘평산책방’ 책방지기로 소일하며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문미옥 보좌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지낸 뒤 2021년부터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지난 3월 감사원이 한전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를 시작하자 “정치 감사, 표적 감사”라며 반발했다.

◇정치권

이낙연 전남지사, 김태년 정책위의장, 신정훈 의원(문재인 대통령 당시)

한전공대법은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자기 지역구인 전남 나주에 한전공대를 설치하겠다며 2020년 10월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한전공대법은 신 의원이 발의한 지 다섯 달 만인 2021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호남 지역 언론은 신 의원을 ‘한전공대 설치 주역’으로 소개했다. 그는 올해는 매년 약 1조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되는 양곡법 개정안을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며 삭발 투쟁을 했다.

 

한전공대 설립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014년 전남지사에 당선됐을 때 했던 선거 공약이다. 한전공대법은 이 전 대표가 여당 당대표 시절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본회의 통과 한 달 전 나주 한전공대 부지를 찾아 한전공대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여당 정책위의장 시절인 2017년 7월 당정 회의에서 “탈원전을 해도 전력 수급에는 전혀 문제없고 요금 폭탄도 없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와 당대표 권한대행을 하면서 한전공대법 통과에 앞장섰다.

한전은 2021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에만 8차례 요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규모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당대표는 송영길 전 의원이었다.

◇관료

백운규 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문재인 대통령 당시)
 

정치권의 이 같은 압박이 가능했던 이유는 관료 사회가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조기 폐쇄시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탈원전 정책을 관철한 후 산업부 산하 기관장을 장기간 지냈다. 채 전 사장과 정 전 사장은 문 정부 시절 3년 5개월과 4년간 사장으로 재임했다.

또 문신학 전 원전산업정책관(국장급), 정종영 전 원전산업정책과장, 김형석 서기관은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올해 초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백 장관 뒤를 이은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2021년 5월 퇴임한 뒤 같은 해 12월 한국공학대 이사장에 선임돼 지난 2월까지 재임했다. 올 3월에는 효성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정승일 전 산업부 차관은 2021년 5월 한국전력 사장에 임명돼 재임하다가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를 내라는 여당의 압박에 뒤늦게 사표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탈원전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탈원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 코드에 맞춘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정책 실패에 따른 각종 부작용은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