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영국 대관식 런던서 열려
찰스 3세 국왕이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로부터 성 에드워드 왕관을 수여받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 신이여, 찰스 왕을 지켜주소서. (God, Save the King. God Save the Charles.)”
70년에 가까운 기다림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었다. 머리에 ‘성 에드워드 왕관’이 씌워지자 늙은 국왕 영국 찰스 3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순금 틀에 루비, 사파이어 등 각종 보석만 444개가 박혀 무게만 2.23㎏에 달하는, 평생 단 한 차례만 쓸 수 있는 국왕의 왕관이었다. 아내이자 이제 왕비가 된 커밀라 파커 볼스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모든 이야기는 이 순간을 위한 것”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6일 영국 런던에서 대관식을 위해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선포하는 대관식이 열렸다. 오전 10시20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가 탄 마차가 트럼펫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킨 군중들은 환호를 터트렸다. 왕의 행렬은 천천히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에 들어선 찰스 3세는 100명 이상의 국가 원수를 포함한 2,2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서약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 받지 않고 섬기기 위해 왔습니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모든 종교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때는 없던 대목이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려 추가됐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또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여성 사제와 흑인 여성 상원 의원, 카리브해 출신 여성 남작 등이 대관식에서 역할을 맡아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기도 했다.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의 머리와 손, 가슴에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왕과 신만의 ‘가장 신성한 순간’으로 여겨져 장막으로 가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 교회의 수장이기도 한 국왕의 지위를 강조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임식이 시작됐다. 금색으로 번쩍이는 예복을 입은 그에게 보주와 검, 홀, 국왕의 반지 등 왕권을 상징하는 물품이 전달됐다.
‘찰스 국왕 시대’ 열렸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머리에 올리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그리고 마침내 성 에드워드 왕관이 머리에 얹어지며 찰스 3세가 공식적으로 즉위했다.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주교는 여러 차례 왕관의 위치를 고쳤다. BBC는 “모든 이야기는 이 순간에 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전역에서 예포가 발사됐고, 종소리가 울렸다. 대관식을 보러 전 세계에서 온 이들도 함께 “신이여, 왕을 지켜주소서”를 외쳤다.
찰스 3세에 이어 커밀라 왕비도 간단한 대관 의식을 치렀다.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을 재사용했다. 불륜 스캔들 끝에 2005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으나, 여론의 반발로 왕세자비 칭호 대신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렸던 그는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의식을 마치고 나란히 앉은 국왕 부부는 서로를 향해 웃음을 건넸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 중 왕비의 관을 영국 커밀라 왕비의 머리에 올려놓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왕관을 쓰고 보주와 홀을 든 찰스 3세의 뒤를 커밀라 왕비가 따라 사원을 나서며 대관식은 마무리됐다. 찰스 3세 국왕은 참석자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그 역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이 열린 1953년 6월 2일 이후 약 7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TV로 생중계된 이번 대관식으로 마침내 ‘찰스 국왕 시대’가 열렸다. 1948년 태어나 9세에 왕세자로 책봉된 그가 74세가 되어서였다.
새 국왕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는
영국 해리 왕자(가운데)가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마치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2시간 여의 대관식을 마친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다시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했다. 2.3㎞의 대관식 행렬에는 250마리의 말과 영연방 군인 4,000명이 함께했다. 무려 6주간의 연습 끝에 선보인 장엄한 행진에 길목을 지키던 이들은 영국 국기를 흔들며 박수를 보냈다. 찰스 3세와 왕실 가족이 버킹엄궁의 발코니에서 ‘새 국왕’으로 인사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는 끝난다.
영국의 40번째 국왕의 자리에 오른 찰스 3세. 그러나 앞으로 왕관보다 무거운 무게를 버터야 한다. 이날 반군주제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수장을 포함한 시위대는 대관식이 시작되기 전에 체포되기도 했다. 반군주제 시위대는 국왕을 태운 마차를 향해 “당신은 나의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이런 군주제에 대한 반감뿐 아니라 영연방 이탈 움직임, 또 왕실을 뛰쳐나간 해리 왕자와의 갈등 등 가족 문제도 그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대관식이 끝나고 버킹엄궁으로 돌아가는 행렬을 영연방 군인 등이 따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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