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4.03 17:19
업데이트 2023.04.03 18:19
3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부터 서울 인왕산과 충남 홍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수십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다. 4일 밤부터 최대 200㎜에 이르는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비가 오기 전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서울 인왕산과 대전, 충남 홍성, 전남 고흥 등 전국에서 34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하루에 발생한 산불 건수로는 2002년 4월 5일(63건), 2000년 4월 5일(50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3일에도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전국 11곳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9곳은 진화가 완료됐다.
소나무 많은 서울, 산불 안전지대 아니다
전날 발생한 홍성 산불이 이튿날인 3일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정오께 잠잠해졌던 불길이 강풍이 불며 순식간에 다시 민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된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2일 오전 11시 53분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축구장 21개 면적에 이르는 15ha(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3일 인왕산 산불 현장을 찾은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면 피해가 3~4배로 커졌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북한산·도봉산을 비롯해 서울에 있는 산에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서울도 결코 산불의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애국가 가사(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에 나올 정도로 서울에는 소나무 숲이 많다. 소나무는 인화성이 강하기 때문에 산불에 취약하다.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는 건 계속된 건조한 날씨로 인해 숲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면서 서쪽 지역을 더 덥고 메마르게 만들었다. 이에 서울과 대전 등 중부지방 곳곳에는 건조 경보가 내려졌다. 여기에 봄꽃 나들이객이 증가하면서 실화에 따른 산불 위험도 어느 때보다 큰 상태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박사는 “기온이 오르고 날씨가 따뜻하다는 건 그만큼 사람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이라며 “결국 산불은 사람의 행위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서울·인천 등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산불 발생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대 200㎜ 봄비…“산사태 위험”
4~6일 강수 모식도. 기상청 제공
관건은 4일부터 전국에 내리는 비의 양이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접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4일 오후에 제주도에서 비가 시작되겠고, 밤부터 6일 오전 사이 전국에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전남 동부 남해안·경남 남해안·지리산 부근·제주도 남부는 120㎜ 이상, 제주도 산지는 200㎜ 이상에 이르는 등 봄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충남·전북·경북 북부 내륙·경남에는 20~6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봄비가) 산불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에는 상당히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산불이 난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게 될 경우 산사태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산불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 등 중부 지방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비가 내리기 때문에 비가 그친 이후에 다시 산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0㎜의 비가 내린 경우에는 46시간, 약 2일 동안 산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권 박사는 “이 정도로 고온건조한 날씨에서는 비가 30㎜ 이상 오더라도 금방 증발하기 때문에 2~3일이면 다시 산불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봄비가 내린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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