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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50억클럽’ 수사 가로막는 특수부 검사인맥, ‘그들만의 리그’

  • 이상호
  • 최초승인 2023.02.20 14:30:08
  • 최종수정 2023.02.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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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땐 ‘저승사자’, 검찰 나오면 기업변호로 ‘돈방석’

단군 이래 최대 비리로 불리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핵심 측근인 정진상, 김용 씨에게 약속했다는 자신의 천하동안 지분 중 절반, 428억원과 함께 김 씨의 전방위 로비의혹, 즉 ‘50억 클럽’의 실체다. 

2021년 가을, 대장동 사건이 터지자마자 불거진 ‘50억 클럽’ 의혹은 김 씨가 평소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동업자들에게 “대장동 사업을 성공을 위해 50억원씩을 줘야한다”며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법조계 고위 인사들의 이름을 나열한데서 비롯됐다. 

당초 남욱 변호사가 주도하던 대장동 사업에 김만배씨가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씨가 법조 출입기자로서 검찰에 대한 로비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억클럽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 검찰에 의해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50억원의 뇌물을 퇴직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최근 법원은 이 50억원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검찰수사가 부진한 것을 놓고, 법조계 검찰 주변에서는 50억클럽 명단에 있는 박영수 전 특검 등 고위 법조인들이 검찰과 끈끈한 인맥으로 엮여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박영수 전 특검의 경우, 자신의 딸과 친인척이 김만배씨와 수십 억 원을 받거나 돈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파견검사로 받아 함께 일했다. 이밖에 김만배씨에 의해 50억원 지급대상으로 이름이 거론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 등도 현 검찰 수뇌부 및 대장동 수사 지휘팀과 인연이 닿아있다. 

■ 서울지검 특수부-대검 중수부-서울지검 특수부장,,,특수부 검사가 만들어지는 ‘루트’

검사라는 직업 자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특수부 검사는 엘리트 중 엘리트로 꼽힌다. 전체 2000명이 넘는 검사 중 과거의 서울지검 특수부나 대검 중수부, 현재 반부패수사부나 경제범죄형사부 (대검 중수부는 폐지) 등 핵심 부서에서 기획수사를 하는 정예 검사들은 몇 십 명도 안되기 때문이다.

아무나 특수부 검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초임 검사가 되면 보통 근무하는 형사부 등에서 탁월한 수사실력을 보여야만 특수부 검사로 발탁될 수 있다. 

공익의 대변자로서 검사들이 갖는 자부심과 양명(揚名), 공명(功名)의식은 특수부 검사들이 가장 높다. 대상이 부패한 공직자든 기업총수 든 이들은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고 있다.

정통 특수통 검사가 만들어지는 루트는 단지 한 갈래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대검 중수부 과장→서울지검 특수부장→대검 중수부장이다. 지금은 반부패수사부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이복현 부장검사 또한 이 코스를 밟고 있다.

과거 특수부들의 수사대상은 다양한 편이었다. 장관급 공직자의 수뢰사건도 많았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 이후에는 고위 공직자 비리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고위급 공직자의 처신, 공직사회가 맑아진 탓도 있지만 이런 수사가 대통령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단계 이전에 정리하는 것이 큰 이유다.

■ 고위 공직자 비리 대신 최근 기업, 기업인이 특수수사 주 대상

요즘은 직접 인지하든 고발사건이든 대기업, 재벌총수들이 주로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을 견제하거나, 재벌해체까지 주장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활성화되고, 정권의 성향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에 의한 고소 고발도 많아졌다.

당연히 이런 사건을 다루는 특수부 검사들에 대한 언론, 세간의 관심이 치솟고 특수부 검사들의 명성도 하늘을 찌른다. 검사 자신도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정의의 사자, 심판자로서 사명감을 다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및 총수를 수사대상으로 일종의 전쟁을 치르면서 생기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재벌급 대기업과 기업총수에 대해 공공연하게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복현 부장검사와 더불어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한 간부는 언론 브리핑때 이런 모습을 자주 보였다.

■ “영원한 검사는 없다”...특수통 변호사만이 현직 특수통에 다가가는 ‘유일한 길’

특수통 검사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겨냥하는 창이라면, 재계에서 동원하는 방패 또한 쟁쟁한 특수통 검사경력을 가진 거물급 변호사다. 삼바사건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변호에 핵심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최재경 변호사 또한 정통 특수통 경력에 대검 중수부장,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거친 인물이다.

중병에 걸린 환자가 최고의 의사를 찾듯이, 최고의 특수통 변호사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법조계의 전통이다. 적개심 같은 정의감,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이복현 부장검사 같은 수사팀에 말 한마디라도 걸어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과거에 그를 데리고 있던 선배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뿐 아니라 법원도 마찬가지다. 몇십배나 비싼 전관 변호사를 찾는 이유다. 지금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 대기업, 기업인 사건을 맡는 변호사들은 거의 대부분 과거 잘 나가던 특수통 검사출신이다.

이들의 수임료는 일반 변호사에 비해 액수에 0이 하나 더 붙는다. 최소 몇억원이다. 이런 전관 변호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로펌들은 과거 10위 이내 재벌그룹 및 총수사건에서 거의 100억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아내기도 했다.

큰 병에 걸리면 일류 대학병원을 찾아가듯, 과거에는 대기업과 총수가 수사대상이 되면 무조건 김앤장이나 태평양, 세종 같은 대형 로펌을 찾았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법원 재판과정에서 ‘대형로펌 역차별’이라는 것이 생겼다.

대형 로펌은 개인 변호사에 비해 화려한 변호사 집단을 갖추고, 법률검토 등 실력이 좋다 보니 불구속 수사나 무죄판결, 석방. 감형 등을 많이 받아 냈는데, 전관예우 논란과 더불어 대형 로펌 특혜시비가 생기자 판·검사들이 대형로펌 사건들에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쟁쟁한 특수통 검사들이 변호사 개업을 할 경우 대형 로펌에 가기보다 개인 사무실을 내는 추세다. 로펌이 기업수사 같은 큰 형사사건을 맡는 경우에도 이런 특수통 개인 변호사와 따로 계약하는 일이 많다. 삼바수사에 대한 전체 대응은 대형 로펌인 태평양이 맡고 있지만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이 별로도 활동하고 있다.

반대로 표면적으로는 개인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해놓고 실제는 대형 로펌이 실질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일도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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