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기자 trust@mk.co.kr
입력 : 2023-02-13 16:09:09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조감도.
정부가 2027년까지 해외 건설 수주 연 500억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건설 시장 점유율 4위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시장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석유화학플랜트와 인프라스트럭처 위주였던 데서 벗어나 스마트시티와 그린에너지, 스마트팜 등 K건설의 중동 수주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 '500억불' 목표가 멀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K방산,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싹쓸이 수주하다시피 한 K조선도 올해 중동에서 수주 낭보를 전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에서도 올해 가장 눈여겨볼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지난해 정부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사우디에 파견해 수주 지원 활동을 벌였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주도하에 여러 기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 프로젝트는 '네옴시티'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주 약 2만6500㎢ 용지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25조원)에 달한다. 해외 건설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계획 등을 검토해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 단위 발주를 할 전망이다. 네옴 프로젝트는 세부적으로 '더 라인' '옥사곤' '트로제나' 등 3개 사업으로 나뉜다. 옥사곤은 홍해 해안에 부유식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트로제나는 네옴 산악지역을 인공호수와 스키 리조트 등으로 개발해 매년 7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네옴시티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는 '더 라인'이다. 총길이가 170㎞에 달하는 거울형 직선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잠실 롯데월드타워만 한 높이(500m)에 폭 200m의 건축물이 사막 한가운데 길게 늘어서게 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재 '더 라인'의 이동수단인 고속철도가 지나다닐 터널 공사를 수주해 '네옴 산맥'을 뚫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원팀'으로 사실상 '더 라인'의 첫 메가 프로젝트를 따냈다. 두 회사는 3년1개월간 작업을 통해 네옴 산악지형에 12.5㎞ 길이의 터널을 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지난달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출자를 통해 사우디 내 모듈러 제작 시설을 짓기로 했다. 모듈러는 스마트 건축 기술 공법 중 하나로, 주요 골조와 전기·수도 설비 등 전체 공정 중 60~80%를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법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 라인'을 건설하는 데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우디는 중장기 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홍해 관광단지 개발, 디리야 게이트 개발,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개발, 로신 주택개발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국내 1위 PM(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앞서 디리야 게이트 개발청(DGDA)이 발주한 약 440억원 규모의 디리야 사우스 앤드 가든 지역 주택 및 상업·오피스 단지 조성 PM 용역을 수주한 바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한 뒤 UAE가 한국에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국내 기업의 UAE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UAE 국영 기업 아드녹(ADNOC)으로부터 헤일앤드가샤 가스전 프로젝트 육상 설비 초기 업무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지난달 접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페르시아만의 헤일 가스전과 가샤 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지원을 위해 지난달 이라크와 카타르도 방문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남부 바르사의 대규모 신항만 건설 공사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대우건설이 참여한 '알포 신항만 개발 사업'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에 위치한 알포 지역에 조성되는 항만 사업이다. 이라크는 터키와 인근 국가 간 연결 철도와 연계해 알포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세웠다. 신항만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건설 업체는 대우건설 1곳으로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과 조선 분야 기업들도 올해 중동 시장에서 '금맥'을 이어가기 위해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대박'을 터뜨린 K방산 기업들은 여세를 몰아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에서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와 전투기 등을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선 업계도 중동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행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LNG 운반선 '큰손'인 카타르가 올해 대규모 발주에 나설 예정이어서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조선 3사는 각각 10척 이상씩 수주가 예상된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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