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01.19 05:00
업데이트 2023.01.19 07:42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추천한 성범죄자 관련 다큐멘터리 두 편이 법무부 내에서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장관이 추진 중인 한국형 제시카법(성범죄자 주거제한 관련 법률)과 맞물려 한 장관의 정책방향을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되는 자료라는 말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 KBS 방송 프로그램 시청 권유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최근 법무부 간부들에게 고위험성범죄자들 주거제한을 다룬 KBS 방송프로그램 2편을 추천했다고 한다. 하나는 2020년 12월12일 방송된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으로, 성범죄로 복역 후 출소한 130명의 전과자들이 쫓겨나 사는 일명 ‘변태들의 마을’을 다루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프로그램이 2020년 5월 23일 방송한 미국 워싱턴주 맥닐 섬 방문기다. 맥닐 섬은 사회보호법에 따라 법정형을 다 복역하고도 별도로 격리되는 ‘섹슈얼 프레데터’(sexual predator·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수감된 곳이다. ‘성범죄자들의 알카트라즈’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시카법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강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동성범죄자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이름을 딴 제시카법은 12살 미만 대상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선 최소 징역 25년에 처하고, 학교와 공원 등에서 2000피트(약 610m) 이내에 거주를 금지하는 미국의 법이다. 강력 성범죄자에 대한 일종의 격리책인 셈이다. 지난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인 김근식과 조두순 등이 출소해 정착하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반대 여론이 끓어오르는 등 갈등이 반복되자 한 장관이 꺼낸 카드다.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법무부의 한 간부는 “제시카법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어 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장관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제한 꼭 필요 ”
한 장관은 이들 영상을 전 정부 시절 좌천당했을 때 우연히 시청했다고 한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끌어내려 부산 고검,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 법무연수원 본원(충북 진천)으로 잇따라 발령했다. 한 장관은 이들 영상을 추천하며 주변에 “고위험 성범죄자들 주거제한의 경우 우리나라 지형이나 인구구조상 변형은 해야겠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고위험 성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른 사람이 40대에 출소해서 돌아다니는 건 형사사법시스템이 잘못 운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제시카법 등 관련 해외 사례 연구를 용역 발주해 놓은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 출소가 한 장관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라며 “조만간 한국형 제시카법안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주거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 장관이 지난해 12월22일 오전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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