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회의원 박선영)
이순자 여사를 만났다.
만감이 교차했다.
기자시절 1980년과 1982년에 인터뷰하고, 1983년 빠리로 떠나기 전까지 간간이 취재, 보도를 했으니 40여 년 전에 뵙고 처음이다.
여사는 연희동 자택 입구방에 남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골을 모시고 혼자 사신다.
물론 가까이 사는 딸과 서울에 사는 손자손녀들이 주말마다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남편을 집에 모시고 살아야 하는 한 여인의 마음이 어떨지...
가슴이 아렸다.
4시에 만나서 9시에 헤어졌다.
그동안 겪었던 숱한 일들, 내가 몰랐던, 국민 대다수도 모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정말 이상한 대한민국이다.
김정은은 꼬박꼬박 위원장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냥 전두환이다.
"정치, 경제는 참 잘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면서, 또 그가 만들어놓은 고수부지, 한강공원에서 열심히 달리고, 놀고, 즐기면서 왜 그 대통령은 묘 한자리도 없이 1년이 넘도록 유골로 거실에 있어야 하는가?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83세, 내년이면 84세가 되는 이 여사님은 총명했다.
기억력도 놀랄만큼 정확했고,
큰 수술도 여러번 하셨다는데
건강도 연세보다 훨씬 좋으셨다.
지금도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 작업을 직접 하신다니...
언어구사력과 판단력도
정확하고 명석했다.
무엇보다도 자세가 참 꼿꼿했다.
육체적 자세든, 정신적 자세든.
난 그 점이 정말 좋았다.
5시간 내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그 모진 세월을 어찌 견뎌오셨을까? 였다.
5시간 후에 집으로 오면서 든 생각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가운데 저 부부만큼 순애보와 부부애를 가진 시람이 또 있을까? 였고.
부디 앞으로도 건강하셨으면...
빨리 지아비를 언 땅에라도, 지아비의 유언처럼 북한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모시고, 통일을 바라는 그 마음 그대로 마음 편히, 평화롭게 사셨으면 좋겠다.
정치, 경제 이외의 일들과 그것에 대한 평가는 머지 않아 곧 정리가 될 테니까.
북한이 거품을 물고 욕하고, 죽이려고 드는 대상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들이니까.
산 자든, 죽은 자든, 북한으로부터 욕을 많이 먹는 사람 순서대로 대한민국에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름 아닌 북한이 우리한테 가르쳐주었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전직 대통령을 누일 곳이 없어
그 부인이 유골을 집에 모시고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상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박선영(朴宣映)전 국회의원
1956년 4월 6일 출생으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춘천여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 학사, 서울대학교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MBC기자, 교수, 정치인 등으로서 활약했다.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로 재출마했으나 최종 3위로 낙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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