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혹독한 ‘반도체 한파’가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10~12월) 예상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그러자 양 사 주가는 일제히 1% 안팎의 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는 주가 6만원 선이 무너졌다.
증권사들은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조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13조8700억원) 대비 반 토막 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만 1조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내년엔 5조원대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 위민복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들이 연말에 재고를 최대한 소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업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보릿고개를 나기 위해 허리띠를 조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최소한 내년 중반까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한국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내년에 1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도 삼성전자 대신 대만의 TSMC가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년 반도체 시장 역성장
업계에선 ‘반도체 한파’의 이유로 스마트폰, PC 시장의 여전한 부진을 꼽는다. 하이퍼 인플레이션(단기간 내 급격한 물가 상승)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진 스마트폰과 PC가 안 팔리고, 하반기가 돼야 수요가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얘기다. 이는 삼성전자의 매출을 이끄는 ‘쌍두 마차’인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월 중반 출시되는 삼성 ‘갤럭시S23′ 시리즈가 여느 때보다 힘든 싸움을 벌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삼성전자 DX(완제품) 부문은 최근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혹독한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반도체 수요를 그나마 이끌어왔던 서버(대형 컴퓨터)용 시장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새로운 D램 기술 규격 ‘DDR5′ 교체 수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 주력은 2013년 첫 등장한 DDR4인데, 새로 등장한 DDR5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데다 전력 효율이 10% 이상 좋다. 이 때문에 전기료 절감이 필수적인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DDR5 교체’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가 올해부터 나왔지만, DDR5용 CPU(중앙처리장치)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시장 개화도 늦어져왔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CPU 양산 시점이 내년 1분기 혹은 2분기 초로 추정되는 만큼, 2분기부터는 고객사의 재고 축적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1등에겐 기회될 듯, “내년 1위도 TSMC 전망”
반도체 산업의 불황이 1등 기업엔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센터장은 “불황은 2위권 이하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1등 기업들의 지배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인위적 감산 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의 D램, 낸드를 비롯해 파운드리의 TSMC, 이미지센서(CIS)의 소니, 모바일AP(두뇌 반도체)의 퀄컴은 내년에 약진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선 2024년에는 반도체 수요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업체들의 잇단 투자 축소 여파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능력 부족이 맞물리며 메모리 수요가 커지고,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 1443억달러에서 2024년 1725억달러로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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