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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미,이스라엘이 북 미사일, 시리아 방공망 잡은 ‘비장의 무기’

입력 2022.11.01 00:00
 
북 저수지에서 발사되는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모습.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수지 발사 등으로 킬 체인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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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해 한미동맹을 활용한 확장억제 강화와 함께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등을 대책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 양국군의 탐지·요격을 피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김정은 지휘 아래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에 따라 한국형 3축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주 예고해드린대로 사이버전자전 등 ‘소프트 킬’(Soft Kill)을 대폭 강화한 ‘4축 체계’ 구축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북, 신형 미사일과 ‘창의적 방식’으로 ‘킬 체인’의 근간 흔들어

우선 한국형 3축 체계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중 ‘킬 체인’은 북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동식발사대를 가급적 빨리 탐지해 30분내 무력화하겠다는 일종의 ‘창’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KN-23·24 등 고체연료 미사일을 속속 개발함에 따라 조기 탐지가 어려워졌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저수지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미 양국군의 감시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창의적’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한·미 군 당국은 당초 저수지 발사 SLBM을 지상발사 미사일로 오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열차에서 발사하는 KN-23 미사일도 터널 등에 숨어있다가 기습발사하면 사전 탐지가 어렵습니다. 탐지가 안되면 당연히 타격할 수도 없지요. 킬 체인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열병식에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려 등장한 북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 미사일.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탐지 주대상인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숫자도 기존 100여기에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탐지하는 한국군의 정찰위성들은 빨라야 2025년 이후에야 2시간 간격으로 북한 지역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수십기의 초소형 정찰위성으로 그 공백을 메운다고 하지만 이것도 수년 뒤에야 가능합니다.

◇ 현무2 오작동 사고로 핵심 타격수단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한국형미사일방어는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미국제 패트리엇 PAC-2·3 미사일, 국산 천궁2 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것인데요, 최대 요격고도는 천궁2 미사일이 15㎞, 패트리엇 PAC-2·3 미사일이 20~30여㎞입니다. 종전 북 탄도미사일은 보통 비행고도가 80~90㎞ 이상에 달해 탐지가 비교적 쉬웠지만 KN-23·24 미사일은 최대 비행고도가 30~60㎞에 불과합니다.

미사일 비행고도가 낮으면 높을 때에 비해 우리 레이더에 가까이 왔을 때에야 탐지돼 탐지 시간이 짧아집니다. 탐지시간이 짧아지면 요격도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북 신형미사일들과 600㎜ 초대형 방사포 수십발을 함께 쏘는 ‘섞어쏘기’를 하면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론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합니다.

북 ICBM 발사에 대응해 강릉 해안에서 발사되고 있는 현무2 탄도미사일. 최근 오작동 사고로 '킬 체인'의 핵심 타격수단인 현무-2 미사일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대량응징보복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시 ‘괴물미사일’ 현무-5 등 타격수단과 이른바 ‘참수작전’ 부대 등으로 보복을 하는 것인데요, 탐지가 어려우면 도발원점에 대한 타격도 어려워집니다. 또 핵심 타격수단인 탄도미사일 수량도 아직 부족하다고 합니다. 킬 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타격수단인 현무2 미사일이 최근 오작동 사고를 일으켜 신뢰성을 떨어뜨린 것도 문제입니다.

◇ 미 사이버전자전으로 북 무수단 미사일 88% 실패?

그래서 이를 보완할 핵심 수단으로 제시되는 것이 사이버전자전 등 이른바 ‘소프트 킬’ 수단들입니다. 앞의 3축 체계는 물리적으로 때려부수는 ‘하드 킬’(Hard Kill) 중심 개념입니다. 사이버전자전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지난 2017년 이른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입니다.

지난 2016~2017년 북한은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했지만 8차례 중 무려 7차례나 실패했는데요, 웬만하면 성공해온 북한 미사일 개발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지요. 당시 무수단 미사일은 발사 직후 또는 직전 폭발하는 등 다양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유례 없는 실패 행진에 의문이 증폭됐는데 그 의문이 2017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화성-10형) 발사 장면. 지난 2016~2017년 '발사의 왼편'으로 불리는 미 사이버전자전으로 무수단 미사일의 88%가 발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신문

2017년 3월 미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발사의 왼편’이라 불리는 사이버 교란 작전을 통해 북 미사일의 잇따른 실패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모든 미사일은 발사 때 ‘준비→발사→상승→하강’의 단계를 거칩니다. 발사 단계보다 왼쪽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시스템을 교란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는데요, ‘발사의 왼편’ 작전 이후 3년간 북한 미사일(무수단) 실패율은 88%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사이버전자전은 자위적 선제공격도 가능

그런데 매우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인터넷망 특성상 사이버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사이버전+전자전, 즉 사이버전자전 전략입니다. 군 정보부대장을 지낸 송운수 예비역 육군소장은 올해 초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사이버전과 전자전을 통합한 사이버전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 핵탄두 미사일 발사 통제 등 지휘통제망에 대한 접속은 전자전으로 해 전자파에 사이버 악성코드나 해킹 프로그램을 실어 보내고, 접속 후 효과(무력화)는 사이버전으로 달성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것입니다.

송 장군은 최근 발간된 ‘사이버 군사전략 개관’을 통해 사이버전자전이 다음과 같은 3가지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는데요, 첫째는 자위권에 의한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공격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전·평시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송 장군은 둘째로는 북한 핵·미사일을 마비시킬 수 있는 상쇄전력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셋째로는 사이버 공간은 물론 무선 공간에서도 적 네트워크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해 모든 작전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위성촬영 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이 두 위성촬영 이미지는 핵시설로 의심되는 시리아 시설로 지난 2007년 9월 6일의 이스라엘 공습 전과 공습 후의 모습니다. 좌측 이미지는 지난 2007년 8월 5일, 그리고 우측 이미지는 2007년 10월 24일 각각 촬영한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사이버전자전으로 시리아 방공망을 무력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글로브

사이버전자전과 관련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 사례는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 핵시설을 공습한 ‘과수원 작전(Operation Orchard)’인데요, 당시 이스라엘은 전자재밍과 함께 ‘서터(SUTER)’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이버전자전을 수행, 시리아 방공망을 무력화했다고 합니다.

◇ ‘소프트 킬’ 대폭 강화한 ‘4축 체계’ 구축해야

최근 국방부가 주최한 ‘국방혁신 4.0′ 세미나에서 김선호 예비역 중장(전 수방사령관)은 기존 3축 체계에 사이버전자전, 심리전 등 정보작전을 수행하는 비물리적 수단을 결합한 ‘신(新) 3축체계’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사령관은 “기존 3축 체계는 물리적 수단을 활용한 선제타격시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결심과정이 지연될 개연성이 있다”며 “하지만 사이버전자전 등은 감수해야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신속하고 공세적인 결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대응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저는 최근 신문 칼럼을 통해 ‘4축 체계’ 구축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사이버전자전 등 ‘소프트 킬’ 개념을 기존 3축 체계 내(內)가 아니라 별도의 축으로 추가, 4축 체계를 만들자는 것인데요, ‘소프트 킬’에 그만큼 비중을 두자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국방혁신 4.0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4축 체계에선 세계 최대 중량 탄두를 장착한 현무-5 ‘괴물미사일’, 북 수뇌부 제거 특수부대(참수작전 부대) 등을 포함하는 KMPR(대량응징보복)이 4번째 축이 되는데 이는 북 핵도발시 김정은 정권에게 ‘죽을 사(死)’, 즉 죽음을 선사한다는 중의(重義)적 의미도 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 새로운 차원의 대책을 제시한다는 의미도 갖게 됩니다.

◇ ‘무궁화 계획’ 등 핵.비핵 수단 결합 투 트랙 병행 추진 전략 필요

오늘까지 두차례 뉴스레터를 통해 제 나름의 북 핵·미사일 대책을 말씀드렸는데요, 결론적으로 핵수단과 비핵(非核)수단을 결합한 일종의 ‘투 트랙(track) 병행’ 전략 추진을 제안합니다. 우선 핵수단으론 미 확장억제 및 핵공유 강화 등 한미동맹을 활용한 기존 대책외에 지난주 뉴스레터에서 제안한 독자 핵무장 잠재력 확보 ‘무궁화 계획’을 , 비핵 수단으론 기존 3축 체계의 틀을 깨고 사이버전자전 등을 강화한 ‘4축 체계’ 구축을 각각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P.S. 평소 밀리터리 시크릿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선일보에서 이번에 좋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조선일보 앱도 확장하는 대회를 하고 있어 저도 조직의 일원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링크(https://chosun.app.link/bemil)를 스마트폰에서 열어서 클릭해 주시면 제 실적이 된다고 합니다. 보다 좋은 글로 회원님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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