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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아빠, 꼭 돌아와요” 울음터진 아이… 러시아 징집 시작됐다

 

입력 2022.09.23 10:37
 
 
 
 
 
예비군 동원령에 소집된 러시아 남성들이 가족과 눈물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 /@PjotrSauer 트위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예비군 징집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들이 가족과 생이별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여러 외신에 따르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징집 버스에 오르기 위해 모인 예비군들과 그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한 가족들의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그중 BBC 기자 윌 버논이 공유한 30초짜리 게시물을 보면, 벨고로드주 스타리 오스콜 지역에서 아빠를 떠나보내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빠, 안녕! 꼭 돌아오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음성이다.

동부 도시 입영센터로 추정되는 종합운동장 건물을 비춘 영상도 있다. 이곳에서 소집 대상자들은 가족을 부둥켜안으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대부분 울먹이는 표정이었고 슬픔을 애써 감추기 위해 입을 가리기도 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찍혔다. 한 여성이 징집된 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며 성호를 긋는 모습이다.

러시아 벨고로드 한 마을에서 촬영된 동원 대상자들의 모습. 영상에는 어린 아이가 "안녕 아빠, 꼭 돌아오세요"라고 말하며 우는 목소리가 담겼다. /@BBCWillVernon 트위터
러시아 동원령 대상자들이 소집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몰려든 모습. /트위터

소집 대상자인 한 남성은 현지 언론에 “아침까지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 오후 3시까지 입영센터로 오라는 내용이었다”며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리자 입영 장교가 나타나 ‘당장 떠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 동원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주권, (영토적) 통합성 보호를 위해 부분적 동원을 추진하자는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해당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동원 조치는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밝힌 동원 예비군 인원은 30만명으로 전해졌다.

 
동원령 대상자들이 소집돼 모여있는 모습. /@nexta_tv 트위터

이후 현지에서는 러시아를 떠나는 방법과 군복무를 연기하는 방법이 공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인근 나라들의 직항편은 빠르게 매진됐으며,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키워드 검색이 크게 늘었다. 곳곳의 반대 시위에서는 1300여명이 연행되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동영상 연설을 공개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러시아어를 사용해 “동원령에 저항 없이 응한 러시아인들이 죽음으로 내던져졌다”며 “6개월간 러시아군 5만5000명이 전사했다. 더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저항하라. 투쟁하고 도망쳐라. 아니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이미 민간인 살인·고문 등 모든 전쟁범죄의 공범이다. 그동안 침묵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선택할 때다. 러시아 남성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 장애를 얻느냐 건강을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