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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국민연금 이런 적 없었다...상반기 -8% 수익 '77조 평가손'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8.29 19:02

업데이트 2022.08.29 20:49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건물 모습.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역대 최저치인 -8%를 기록했다. 통화긴축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린 영향이다.

29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882조 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8%의 수익률을 보이며, 상반기에만 약 77조 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자산군 별로 수익률을 보면, 국내주식 -19.58%, 해외주식 -12.59%, 국내채권 -5.80%, 해외채권 -1.55%, 대체투자 7.25% 등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00년대 들어 국민연금기금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0.21%)과 2018년(-0.89%) 두 차례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8%는 지난 1~6월까지의 수익률로, 평가 손실은 발생했으나 실제로 펀드를 청산하거나 해 손해를 실제로 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장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분기 대비(4~6월) 8월에는 주식시장의 변동 폭이 축소되고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이 둔화하면서 수익률 역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은 약 –4%(잠정)로 회복한 상태라고 밝혔다.

주식·채권 동반 손실…"이번 달 -4%로 회복 중" 

올해 2분기까지 수익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원인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이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큰 폭으로 내린 것은 처음이라서다.

 

이러한 경기 악화는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문제가 심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단은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했고, 이에 따라 기금이 보유한 주식·채권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존에는 해외 자산이 어느 정도 위험 관리를 해주는 면이 있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되레 해외 자산이 많이 흔들리고 금리도 예상치 못하게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운용상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의 손실이지만,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투자 해야 하는 기금의 특성상 시장에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했을 때, 우리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해외 연기금 운용수익률은 노르웨이(국부펀드·GPFG) -14.4%, 네덜란드(ABP) -11.9%, 미국(캘퍼스·CalPERS) -11.3%, 일본(GPIF) -3.0%를 보였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으로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 수익률 하락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다.

“활황 기반 기금운용전략, 근본적인 검토 필요”

앞으로의 과제는 ‘기금의 자산운용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의 문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10% 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번에 마이너스 수익률이라고 무조건 야단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평균 수익률은 10.57%다.

김 교수는 “우리의 기금운용전략은 과거 패시브(소극적)에서 점차 액티브(적극적)하게 바뀌어 왔다”며 “이는 좋을 때는 확 좋고 나쁠 때는 확 나빠지는 변동 폭이 높은 쪽으로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14년 동안 꾸준히 활황이었던 국제금융시장이 향후 어떤 식으로 변할지 꼼꼼하게 분석해서, 이러한 운용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이 없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