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영한 방송사에 주의 제재
제작사 측 “제작 시기 감안해야” 소송
법원 “지금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 원고 패소
입력 : 2022-08-23 11:28
국민일보DB
10년 전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방영한 방송사에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내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방통위의 제재는 과거 제작된 작품에 현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물음표를 낳으며 온라인에서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A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1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가 약 10년 전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2020년까지 복수의 방송사에서 방영됐다. 그런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 애니메이션 속 대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1월 방송사 3곳에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인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는 애니메이션의 일부 대사들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애니메이션에는 ‘선크림을 발라라.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 공부 잘해도 못 생기면 결혼도 못 하는 세상이다’ 등의 발언이 나온다.
하지만 A사는 애니메이션이 제작 시기가 10년 전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다수의 정서와 시대 감성이 다른 만큼 지금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과 에피소드의 전체적인 이해와 주제의식을 간과한 처분”이라며 방송사들에 내려진 주의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의 제재 소식이 전해진 뒤 온라인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방통위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누리꾼들은 “케이블 채널에서는 아직도 옛날 드라마나 시트콤이 재방영된다. 여기에도 시대와 맞지 않는 언어들이 등장하는 건 마찬가지” “모든 예술, 문학 작품은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 등의 견해를 제시했다.
방통위 제재가 타당하다는 반론도 많았다. “주 시청자가 어린이들인 만큼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10년 전 만화라도 방영 시기가 현재면 지금 기준으로 제재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1심 재판부가 방통위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애니메이션 일부 에피소드가 여성에게는 능력보다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차별적 기준을 강조하는 듯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에피소드 중 8분30초간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의 상품화를 조장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며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전에 제작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A사 측 주장에 대해선 방영 시기가 현재인 만큼 지금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맞받았다. 재판부는 “에피소드가 과거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지금의 관점에서 현재의 어린이에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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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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