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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반칙도 서슴지않는 '대륙굴기'에.. 한중수교 30년 흑자 다 토해내나[양철민의 경알못]

 

입력2022-08-18 07:00:28수정 2022.08.18 07:00:28 세종=양철민 기자

  •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대중 누적 무역흑자 7099억 달러
  • 올들어 석달간 대중 무역적자 지속.. 반등 쉽지않아
  • 中, 묻지마 보조금과 인력빼가기 등으로 기술 고도화
  • 배터리·디스플레이·선박 등에서 한국과 경합
  • 中 중간재 자급화율 높아져.. 대중 무역적자 고착화 우려

30년간 이어져 온 중국발(發) 수출 호황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한중수교 이후 처음으로 대(對) 중국 무역적자가 석달연속 이어지고 있는데다, 중국의 기술 고도화로 이 같은 무역적자가 고착화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중수교 30년 동안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기록한 누적 무역흑자는 7099억달러(약 933조원)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무역적자가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지난 30년간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인 외화를 향후 수십년간 고스란히 중국 측에 토해내야 할 판이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 내수 시장 및 글로벌 규칙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방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시장개방 후 무섭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해법으로 기술고도화를 제시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이 국가주도 경제성장 모델을 기반으로 주요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 후 선두국가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가는, 예전에 우리나라가 보여 준 성장 모델을 상당부분 차용해 지금과 같이 덩치를 키웠다는 점에서 예전과 같은 전략으로는 격차를 벌리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한국은 1993년부터 중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 순위에서 대만에 이어 2위를 26년간 기록했다. 한국이 생산한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이 완제품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분업구조’가 어느정도 확고했기에 26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 기록이 가능했다.

문제는 중국이 자국시장에서 중간재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며 이 같은 분업구조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2019년 대중 무역흑자가 높은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대만과 호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브라질에도 밀리며 4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이 올해 석달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올해에는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중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 중인 이유는 여럿이다. 상하이 등 중국의 도시 봉쇄에 따른 양국간 교역 차질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반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고도화에 따른 무역적자 고착화를 우려한다. 실제 무역협회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는 2011년 0.347에서 지난해 0.390으로 상승하는 등 국제무역시장에서 양국간의 경합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이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기술 유치 전략에 이용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자국기업 대상의 ‘묻지마 보조금’이나 한국의 기술 및 인력빼가기 등으로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한 사례가 자주 관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 배터리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수년 동안 자국에서 판매중인 전기차 중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차량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기업을 육성했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과 ‘톱3’ 기업인 BYD를 키워냈다. 중국 시장 점유율 제고를 위해 현지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로서는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몇년전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한국 인력을 빼가기 위해 3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사례가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 BOE는 지난 2003년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하이디스(옛 현대전자의 LCD 사업부)를 인수한 후 기술 및 인력 빼가기 등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한국의 미래 디스플레이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중국은 매출액 기준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이 41.5%로 한국(33.2%)보다 높다. 중국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최근 7나노급 선단공정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힌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는 5년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양몽송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장비를 중국 기업에 유출한 이들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중국의 한국 기술·장비 빼가기 사례는 꾸준히 보고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은 한중수교 이후 중국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술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 투자를 늘렸으며, 이것이 현재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습”이라며 “중국의 보조금 지급 이슈 등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사실상 ‘코마’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니면 문제삼기 힘들며, 기술유출 문제 또한 중국당국과의 관계 때문에 개별기업이 대처하기 힘든만큼 중국과의 시장점유율 다툼이 버거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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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9UFG6GJ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