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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이재용, 복권 발표 때 법정에… “열심히 뛰어 경제에 힘 보탤 것”

 

이재용에게 주어진 과제들

입력 2022.08.12 11:51

12일 법무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발표할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출석해 있었다. 그는 이날 복권과 별개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날 복권 발표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보폭은 다소 넓어지겠지만, 여전히 삼성물산 합병 재판 등의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이날 특별복권에 대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그동안 저의 부족함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 아울러 우리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부회장의 경영리더십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0만 전자’를 외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5만전자’로 주저앉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초격차 유지는 물론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나아가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육성과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지난 30여 년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인 메모리 반도체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메모리업체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 정부의 칩4 참여는 삼성에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만, 일본과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통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을 잃게 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의 M&A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 부회장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전 사업 부문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해왔다. 올 1월에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여러 사업 분야에서 (M&A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며 계약 체결이 임박했음을 암시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축적한 본인의 경영 실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앞으로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도 적극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도 2009년 사면 뒤 해외 각국을 돌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연내 적당한 시기에 ‘회장’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유지 중이다. 4대 그룹 가운데 회장 타이틀을 달지 못한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회장 승진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은 아니어서 사내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이뤄진다.

등기임원에 오를지도 관심이다. 이 경우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26일 3년 임기를 끝낸 뒤 등기임원에서 내려왔고, 현재는 무보수 미등기임원이다. 그동안은 가석방 상태여서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었지만, 복권으로 등기임원이 될 길이 열린 만큼 책임경영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른 재판 상황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현재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정식 조직으로 복원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2017년 2월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3개 TF를 하나로 묶어 통합 콘트롤타워를 복원할 경우 오너 경영(이재용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컨트롤타워로 구성된 삼각편대 체제가 완성돼 삼성 경영 특유의 장점인 순발력, 선제적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