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2.07.20 15:31 수정2022.07.20 15:41
아내는 임신에 성공했고 남편은 금연 약속을 잘 지켜나갔다.
문제는 아내가 임신 중 흡연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A 씨는 아내의 계속된 흡연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가방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목격하면서다.
A 씨가 "임신 중인데 담배를 피우면 어떡하냐"고 따져 묻자 아내 B 씨는 "피우지 않았다. 예전에 피웠던 건데 버리려다 깜빡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뻔뻔한 모습에 이혼하고 싶은데 아내 뱃속의 태아가 마음에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임신 중 아내의 흡연과 거짓말이 이혼 사유가 될까?
실제로 비슷한 사례의 법원 판결도 있다.
한 남성은 결혼 전 여자친구의 흡연 사실을 알고 결혼의 조건으로 금연 약속을 받고 결혼해 이듬해 아이까지 낳게 됐다. 아내는 아이를 출산하고 곧 흡연을 시작했으며 이후 남편에게 흡연 사실이 적발되자 다시 금연을 약속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힘든 생활이 이어지자 그를 이유로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아내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들 부부는 크게 다퉜고 결국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부산가정법원은 (2018드단208235) 이혼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혼인 기간 피고의 흡연으로 갈등이 반복되면서 신뢰 상실과 불만이 누적되어 오던 중 피고가 다시 흡연하면서 갈등이 증폭되어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피고는 원고와의 약속을 어기고 또다시 흡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의 혼인 관계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고 민법 840조 6호에서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 사유"라고 판결했다.
이 변호사는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이고 개인의 선택이다"라며 "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거부할 권리(혐연권)도 사생활의 자유, 나아가서는 타인과 태아의 건강과 생명권과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헌법상 모든 기본권과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공공질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과 책임이 따르게 된다"면서 "'자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와 같은 기본적인 상식은 사회생활에서도 혼인 생활에서도 지켜야 할 덕목이다"라고 말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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