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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삶

드라마 ‘악마판사’ 쓴 문유석 판사가 감탄한 ‘우영우’ 장면은

입력 2022.07.16 21:30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악마판사’ 대본을 집필해 화제가 된 부장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미덕으로 담백함을 꼽았다.

문 작가는 15일 페이스북에 6회 ‘내가 고래였다면’의 한 장면을 설명했다. 공익소송에 증인으로 부른 의사의 기분을 상하게 해 로펌이 수십억짜리 클라이언트를 잃었다며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가 신입들 앞에서 동료 파트너 변호사에게 가혹한 질타를 받는 장면이었다.

문 작가는 “정명석은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고 그 동료와 언쟁을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문 작가의 설명을 옮기자면 정명석은 그저 “알았으니 그만하라”고 동료를 달래 보낸 후 신입들에게 “자기 잘못 맞다”고 말한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망설이다 덧붙인다. “그래도 그깟 공익소송, 그깟 탈북자 사건, 그렇게 생각하진 말자.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자”고 말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6회에서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가 신입들에게 "열심히 하자"고 말하는 장면. /넷플릭스

문 작가는 “난 이 신이 너무 감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란 그래도 약자를! 어쩌고 하면서 감동적 연설을 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그깟 공익소송이라고 할 수 있어! 하고 버럭 화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수십억 사건만큼 열심히! 라고 후배들에게 멋진 멘트를 날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문 작가는 “수십억 사건…처럼은 아니지만, 이라고 흘리고는 그래도 열심히 하잔다”며 “그래서 더 뭉클하다”고 했다. 이어 “현실 직장인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의이기 때문”이라며 “더 공감 가고 신뢰가 간다”고 했다.

그는 “그 숱한 천만 영화 감성과 차별화되는 이 담백함과 절제가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컨텐츠 소비자들의 감성은 이미 바뀌었으니 제작자들은 제발 신파 강박을 놓아주시라”고 당부했다.

문 작가는 부장판사 시절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을 써 ‘글 쓰는 판사’로 잘 알려졌다. 또 법정 소설 ‘미스 함무라비’가 드라마로 제작되며 극본을 맡았다. 2020년 법복을 벗은 후 드라마 ‘악마판사’와 책 ‘최소한의 선의’를 썼다.

한편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매회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회 0.9%로 출발해 9회 9.6%로 수직상승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15일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TOP10 중 5위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