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형준, 박재영
- 입력 : 2022.06.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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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문제라는 기사들이 정말 많이 나오죠? 각국 정부도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런저런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달부터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 긴축'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것 때문에 큰일이 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세계 3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곧 경제에 허리케인이 닥쳐올 것"이라고까지 말했죠. 그는 이번 양적 긴축이 역사책에도 기록될 만한 큰 사건이라고 했는데요. 도대체 양적 긴축이 뭐기에 이러는 걸까요?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연준은 다양한 정책을 사용해왔어요. 시간 순으로 중요한 것들만 추려보면 '양적 긴축'은 다섯 번째쯤 되죠. 정책마다 효과가 달라서 그때그때 경제 상황에 맞는 걸 사용해야 하거든요.
① 기준금리 인하
약 2년 전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은 경기 침체를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일상이 마비되고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위축됐으니까요.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은 일단 시중에 돈을 풀 수 있는 정책들을 사용했어요. 돈이 돌아야 경제에도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연준이 사용한 첫 번째 정책은 기준금리 인하였어요. 금리는 '돈의 가격'인데요. '이자율'과도 같은 의미예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야 하잖아요. 금리(=이자율)가 높다는 건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고, 돈을 빌렸을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자)도 커진다는 의미예요.
그럼 기준금리는 뭘까요? 한국은행이나 연준 같은 각국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이름 그대로 금리의 기준이에요. 시중은행은 이걸 참고해 금리를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따라가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가뭄이 심할 때 댐에 저장된 물을 논에 방류하는 것으로 비유되곤 해요. 댐의 높이(기준금리)를 낮추면 물(돈)이 논(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가뭄(경기 침체)을 해소하는 것이죠.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빌릴 때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요. 그러면 기업이 더 쉽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어요. 은행에 저금해봤자 이자도 얼마 안 나오니까 차라리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져 주가가 오르기도 해요.
그런데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봐요.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던 거죠. 그래서 연준이 추가로 꺼낸 카드가 바로 '양적 완화'입니다.
② 양적 완화
기준금리 인하가 댐의 높이를 조절해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 들어가게 한 것이라면, 양적 완화는 직접 논에 물(돈)을 채우는 것과 같아요. 물론 아무렇게나 돈을 뿌리는 건 아니에요.
중앙은행은 보통 시중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등 각종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공급해요. 채권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인데요. 예를 들어 한 기업이 1억원을 10년간 빌리고 싶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기업은 시중은행에 가서 '1억원을 빌려주면 매년 이자로 300만원을 드리고, 원금은 10년 뒤에 갚을게요'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시중은행이 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채권을 받으면 매년 이자 수익은 올리겠지만, 빌려준 1억원은 10년간 묶이게 돼요.
이때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지불하고 채권을 사들이는 거예요.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채권은 사고팔 수도 있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이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에 '가격은 잘 쳐줄 테니 나한테 채권을 팔아'라고 하는 거죠.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예요. 이렇게 받은 돈을 또다시 대출해주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잖아요. 결국 이런 채권 거래를 통해 중앙은행이 금고에 쌓아만 뒀던 돈을 시중에 흘러 들어가게 할 수 있어요.
이렇듯 연준은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들을 사용해왔어요. 그런데 논이 물에 잠겨버리면 벼가 썩듯이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서 부작용이 나타났어요. 바로 물가 상승이었어요. 요즘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예요. 시중에 돈이 많으니 돈의 가치가 떨어졌고, 같은 물건을 살 때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작년 말부터 연준은 시중에 흘러 들어가는 돈의 양을 줄이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어요.
③ 테이퍼링(Tapering)
'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뜻이에요. 테이퍼링은 기존에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서 공급하던 돈의 양을 점점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해요.
여전히 직접 논에 물을 공급하지만, 그 공급량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거죠. 작년 11월부터 연준은 테이퍼링을 해왔어요.
④ 기준금리 인상
테이퍼링에 이어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어요. 댐의 높이가 낮아지면(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물이 흘러 들어왔던 것처럼, 반대로 기준금리(댐의 높이)를 높여서 돈(물)이 흘러 들어오는 양을 줄일 수 있어요. 최근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물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전쟁 때문에 일부 원자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뛰고,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중이죠. 그래서 결국 연준은 또 다른 정책을 꺼내 들었어요. 이게 바로 '양적 긴축'입니다.
⑤ 양적 긴축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을 거둬들이는 것을 의미해요. 논에 물을 공급하던 걸 멈추고 오히려 물을 빼겠다는 건데요. 돈 푸는 속도를 줄이는 테이퍼링보다 더 강력한 정책이자, 양적 완화의 반대 정책인 거죠.
어떻게 돈을 거둬들인다는 걸까요? 연준 같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 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였으니, 이번엔 채권을 사들일 때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하면 돼요.
채권에는 '만기'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은행에 '1억원을 빌려주면 매년 이자로 300만원을 드리고, 원금은 10년 뒤에 갚을게요'라며 채권을 팔면, 이건 10년 만기 채권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기업이 10년 후에도 돈을 계속 빌리고 싶다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이때 돈을 빌려준 은행이 동의하면 만기가 연장되는 거죠.
그런데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 만기 연장 요청을 거절해요. 이렇게 되면 기업은 돈을 갚아야 하고, 중앙은행은 돌려받은 돈을 금고에 다시 쌓아놓는 거죠. 결국 그만큼 시중에 돈은 줄어들고요.
더 적극적인 방법도 있어요. 중앙은행이 아직 만기가 남은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거예요. 이때도 중앙은행은 채권을 팔아 받은 돈을 창고에 쌓아놓는 식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일 수 있어요.
이처럼 중앙은행이 시중에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하면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책이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예전보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기가 위축되는 거죠. 경제 대국인 미국의 경기가 위축되면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아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다만 생각보다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해요. 연준이 수개월 전부터 양적 긴축을 예고했기 때문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부디 우리나라가 큰 경제위기를 겪지 않고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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