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해체가 이득” 환경부 보고서, 유리한 자료로 끼워맞췄다
한강·낙동강 보(洑) 해체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한다며 연구 용역을 발주한 환경부가 보고서 작성에 개입, “보 해체가 수질 및 수생태계 개선에 유리하다” 등 내용을 보고서에 직접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2021년 추진됐고, “한강·낙동강 11개 보 가운데 낙동강 강정고령보·창녕함안보를 뺀 9개 보는 해체가 더 경제적”이라고 결론 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에 사용된 데이터 중 한강·낙동강 보 개방 전후 실제 수질·생태계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실측 자료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 평가 검사 때 쓰는 항목들 가운데 보 해체 결론에 유리한 한 가지 항목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환경부가 연구 용역 업체 측에 요청한 정황도 드러났다. 환경부가 한강·낙동강 보 해체를 밀어붙이려 사실상 ‘날조 보고서’를 만든 셈이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한강·낙동강 하천시설 관리방안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 연구’라는 1억5000만원짜리 연구 용역을 수의계약 형태로 한국재정학회에 발주했다. 2019년 정부가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릴 때 환경부가 보 해체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의뢰했던 곳이다. 당시 학회의 비용·편익(B/C) 분석 결과에 따라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에도 B/C 분석을 실시해 “한강 보 3곳 전부, 낙동강 보 8곳 중 강정고령보·창녕함안보를 뺀 보 6곳 등 총 9곳이 해체가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실제 한강·낙동강 보 수문 개방 전후를 비교할 실측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질 예측 모델링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측 자료도 없으면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보 해체 결론을 내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보고서 작성에 사실상 개입했다는 점이다. 보고서엔 “보를 해체하면 수변 공간이 많아지고 모래톱이 많이 생겨 수생태계가 개선된다”는 설명이 달려있다. 하지만 현재 금강·영산강 보 해체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은 정작 “모래톱이 생긴다고 수생태 개선이 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수질 평가를 하면서 여러 평가 요소 가운데 ‘COD(화학적산소요구량)’만 수질 평가에 사용하도록 환경부가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강천·이포·여주보 등 한강 3개 보는 그동안 여러 번 진행된 수질 측정에서 보 건설 후 COD만 비슷하거나 일부 나빠졌을 뿐 BOD, 클로로필-a, 부유물질 등 다른 수질 항목은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수질이 좋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수질이 비슷하거나 일부 나빠진 COD만 콕 집어 “보 건설 후 수질이 나빠졌다”는 결론을 유도해낸 것이다. 환경부 측은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재정학회 소속 교수들이 환경전문가가 아니어서 보 해체 시 수질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알려드린 것”이라며 “COD만 사용한 것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결정을 내린 전문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강·강천보 하천시설 관리 방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보고서 안에 마련된 여론조사도 “보 해체는 수질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등 보 해체가 타당하다고 인식할 만한 자료를 보여준 뒤 답변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 자료도 환경부가 미리 작성해 연구 용역 업체 측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의도대로 보가 해체될 경우 수천억원대 세금이 또 들어가게 된다.
현 정권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해산하는 오는 6월 말 이후 현 정부 4대강 정책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한강·낙동강 보고서가 실측 자료가 아닌 부정확한 자료로 만들졌다”면서 “수년간 축적된 4대강 모니터링 데이터,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대강 정책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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