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마야사에서 만난 현진 스님은 “수행의 꽃은 작은 배려심에서 시작된다”며 “나와 우리 종교를 넘어서야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8년만인데 주변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때는 대웅전과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 정도만 있었는데 지금은 약 1만㎡(3000평)의 정원이 있으니 그럴 법하다.”
“사실 은거하며 지낼 요량이었는데 한 선배 스님이 40대면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하더라. 그때 포교와 전법이 업(嶪)이면 도망가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불사(佛事)도 다시 생각했다. 우리는 도량을 만든 뒤 신도를 모으는데 거꾸로 아닌가 싶었다. 신도가 모이면 인연, 단합, 신심이 생겨 도량이 생겨나야 하는 것 아닌가? 외부에 나가 100번 법문하는 것보다 여기 오는 100명에 친절과 미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면 법문도 의미가 있지만 꽃과 나무의 법문이 중요하다.”
―사찰 앞 문필봉(文筆峯) 덕에 글이 술술 나온다는 ‘거짓말’이 나온다.
―책에 언급된 화개장터 초입 ‘십리 벚꽃 길’로 초대한 노스님은 고산 스님인가?
“지난해 입적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았는데 벚꽃이 복사꽃과 어우러져 무릉도원을 이뤘다. 문득 당신이 미처 다 즐기지 못한 봄날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초대 아닌가 싶었다. 고산 스님은 특히 수국을 사랑했던 분이다. 쌍계사, 해운정사 등 계셨던 곳마다 수국이 있다. 저도 마지막을 꽃일을 하다가 봄날에 따라 가고 싶다.”
―나무 죽인 얘기가 자주 나온다.
“조금 덜 관심을 줬거나, 살면 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놈은 죽더라. 인생유전처럼 나무유전, 팔자가 있더라.”
―꽃은 어떤가?
“정원나무 팻말에 ‘나는 왜 꽃이 피지 않지 라고 할 필요 없다/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모두 다르다’고 썼다. 꽃은 생김새나 키도 다르고 각양각색이다. 꽃이나 사람이나 자신이 기다리는 답들은 다르게 온다.”
8년 만에 충북 청주시 마야사에서 만난 현진 스님은 “수행의 꽃은 작은 배려심에서 시작된다”며 “나와 우리 종교를 넘어서야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제공
―잡초와의 전쟁은 여전한가?“어느 할머니가 ‘왜놈들은 몰아내도 내 밭의 풀은 못 쫓아낸다’고 하더라. 정원 생활의 절반 이상이 풀 뽑기다. 어떤 풀들은 정말 작고 예쁜 꽃을 피워 동정심을 유발한다. 풀은 전멸되지 않으니 정원에 들어오는 놈들과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마야사 3절(絶)을 꼽으면?
“5월 모란, 6월 병꽃, 9월 구철초다. 특히 병꽃은 보통 단색인데 여기는 연분홍, 흰색, 진홍의 3색으로 어우러진다.”
―정원지기 10년의 결론은 무엇인가?
“자신이 호미 들고 땀 흘려야 돌아오는 즐거움이 크고 오래할 수 있다. 남에게 맡긴 정원은 획일적이다. 내가 직접 만들면 철학이 담긴다.”
―정원이 너무 커진 것 아닌가.
“집중하는 삶이면 버릴 수 있지만, 집착하는 삶이면 버릴 수 없다. 노년에는 조금 더 작은 공간으로 옮길 생각이다. 나서지 않고 졸렬함을 지킨다는 의미의 수졸암(守拙庵)을 늘 그리고 있다.”
―힘든 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인생이 어떠한 표정을 짓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죽음이란 마지막 과제를 받아들이는 공부, 작게는 이해하고 크게는 받아들이는 게 불교다. 그걸 잘 해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청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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