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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文정권 또 다른 의혹 ‘타이이스타’… 이상직의 입을 주목하라

文정권 또 다른 의혹 ‘타이이스타’… 이상직의 입을 주목하라

[주간조선]

곽승한 기자
입력 2022.04.17 05:41
 
이상직 의원이 지난해 11월 3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이스타항공 자금 55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상직 의원의 영치금은 현재 수십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가 여전히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 항공사의 오너 출신이라는 점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키맨’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핵심적인 역할을 해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의혹들의 종착지가 이 의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정권이 끝나가는 시기 적지 않은 정치권, 사정기관 관계자, 언론사 기자들이 이 의원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새 주인을 만난 이스타항공은 오는 5월 재운항을 목표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껴있다. 전주지검은 이 의원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타이이스타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타이이스타 사건의 핵심은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자금을 통해 태국에 타이이스타를 설립했는지 여부 △타이이스타 설립금 71억원의 행방 △타이이스타에서 전무로 근무한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씨의 특혜 취업 의혹 등이다.

“검찰이 더 잘 알고 있는 의혹”

지난 1월 전주지검이 이 사건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검찰이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루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검찰 안팎에선 정권이 교체된 만큼 이제 수사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형사사법공조 요청이 필요해 공조 요청 후 시한부기소중지 처분했고, 수시로 형사사법공조 회신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요청 자료가 국외로부터 회신되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기소중지 처분에 대해 국민의힘은 “검찰은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중요 증거 자료 확보 안 하고 뭐 하고 놀았나”라며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타이이스타 수사가 이 의원뿐만 아니라 대통령 인척까지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지금 검찰 입장에선 수사를 대충 종결할 수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검찰도 ‘빼도 박도 못 할’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타이이스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이미 상당 부분 사건 관련 내용을 파악한 분위기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고발장을 제출한 박이삼 전 위원장은 “고발인 조사를 받는데 검찰 측이 이미 사건 개요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되어 있었다”면서 “검찰 질문에 내가 즉답을 못하면 오히려 검찰 측이 ‘이러해서 이렇다는 말이죠?’라며 정리를 해줬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검찰이 사건 얼개에 대해 생각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특히 검찰은 타이이스타 설립금 71억원이 이스타항공에서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타항공 전직 재무팀장이자 이상직 의원의 조카 이모(42)씨에 대한 노트북 압수수색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 의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노트북을 찾아냈다. 이 노트북 안에는 회사 자금 흐름이 속속들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이런 증거들을 통해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었다. 이씨 역시 노트북이 검찰에 넘어간 뒤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노트북에서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 사이의 자금 흐름 단서를 찾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이 의원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두 회사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이스타에 문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이전인 2016~2017년 당시 이스타항공은 IR자료에 직접 ‘해외(방콕) LCC법인 설립’을 공언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이스타항공의 IR자료(파워포인트)에는 방콕을 통해 ‘지역거점을 구축’하고, ‘전략적 교두보를 활용한 신규시장 선점’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 역시 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이스타는 회사의 정체를 두고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71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타이이스타젯은 4년 사이 판매관리비로만 65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수익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돈을 판관비로 써 사실상 이 의원의 ‘비자금 저수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런 배경 탓에 이 회사에서 문 대통령의 사위가 임원으로 일했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키웠다. 정식 운항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 타이이스타는 대통령 사위 서씨가 취업한 이후 태국 총리실 직속기관인 BOI(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아 태국 당국으로부터 세제감면·비자발급 등 각종 혜택도 제공받았다.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photo 뉴시스

이 의원 여전히 이스타에 영향력 행사?

국민의힘은 이 의원이 문 대통령 사위를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현 정권에서 요직을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 처음 입성할 당시 ‘박지원계’ 또는 ‘정동영계’로 일컬어졌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경선에서 탈락해 이스타항공 회장직으로 돌아가 있던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떻게 주요 직책에 임명될 수 있었는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한쪽에선 이 의원이 여전히 이스타항공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스타항공 수뇌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 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이 지난 3월 최종 인수했다.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현재 고위직 중 상당수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한 관계자는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데 이 의원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이라는 말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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