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이대남 퍼스트’ 이준석이 남긴 후유증... 윤석열은 ‘이대녀’ 마음 돌릴 수 있을까
[이옥진 기자의 톡 쏘는 정치]
“나는 이재명 당선도 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마삼중 X되는 꼴 보려고 1번 뽑았어.”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
“내 주위 여자애들 다 암담함. 5년 동안 대통령 없는 셈 치기로 했음.” (더쿠 회원)
20대 대선이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젊은 층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은 전운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안도감과 함께, 2030세대 남성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에 대한 자성 분위기가 감지됐다. 몇 차례 선거를 지켜봤지만, 남녀가 이렇게 갈라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멸칭이다. 세 번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는 의미다. 젊은 여성들의 이 강한 반감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국민의힘 선거를 지휘한 이 대표의 전략은 ‘세대포위론’이었다.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장년층 지지세에 2030 표심을 더하겠다는 세대포위론의 메인 타깃은 ‘이대남(2030 남성)’이었다. 특히 남초 커뮤니티에서 발언력 센 이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세대포위론은 자연스럽게 2030 세대 성별 갈라치기로 변모했다. 이 대표의 국민의힘은 선거 내내 이대남의 심기를 살피느라 분주했다. 이대남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신설 등의 공약에 환호했고,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의 선대본부 합류를 거세게 반대했다. 이는 여론조사에 시시각각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2030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당장 윤 후보의 지지율이 잘 나오니 ‘이 전략은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대녀(2030 여성)’ 표심이 부유할 때, 민주당이 나섰다. N번방 추적으로 이름을 알린 ‘불꽃’ 활동가 박지현씨를 영입했다. 이 후보는 투표 전날인 ‘세계 여성의 날’에 ‘통합과 평등의 길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냈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란 구호를 재차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최후 부동층이었던 2030 여성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준석 대표는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다. 윤 후보가 크게는 10%포인트 격차로 이긴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사뭇 달랐다. 사전투표 전까지만 해도 5~10%포인트 차로 앞서던 윤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이 후보의 막판 추격을 허용했고, 이는 헌정 사상 대선 후보 1·2위 간 최소 득표율 격차로 나타났다.
이 후보 막판 추격의 원동력이 2030 여성 유권자였다는 분석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는 듯하다. 여권의 대표적 스피커인 김어준씨는 “이재명 캠프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기대했던 게 2030 여성 표 결집이었고, 실제 결집이 이뤄졌다. 되돌아보면 결집이 일주일 정도 늦지 않았나 싶다”고 아쉬워했고,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젊은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58.7%가 윤 후보를 지지했고, 20대 여성 58%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 윤 후보를 지지한 20대 여성은 33.8%, 이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은 36.3%에 그쳤다. 성별 지지 후보 차이가 이렇게 극명한 세대는 20대가 유일했다.
이준석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 당선 사례를 올렸다. “선거 기간에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네거티브 대응 및 홍보물 제작 등에 기여한 공이 매우 크다”고 했지만, 젊은 여성 유권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한 20대 여성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KBS 개표 방송에서 “20대, 30대 여성들이 처음으로 대선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유권자 집단으로 떠올랐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이고 대화하고 뭉치고 행동하고 선택하셔야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첫 기자회견에서 “나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이 이 ‘오해’를 해소하는 데는 새 정부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윤 후보의 양성평등 공약의 취지가 (2030 여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만든 선거 전략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표율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나.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2030 남성 위주의 선거 전략은 최소한 통합을 위해 올바른 노선은 아니었다. 갈라치기 하는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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