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윤동주'가 쓴 詩, 전장을 울리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2022.03.04 17:19 수정 2022.03.05 00:11 지면 A22
■ '국민 시인' 타라스 셰우첸코
자유와 저항·독립의 상징 인물
대통령도 할머니도 그의 시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항전
전국 곳곳 동상만 1200여 개
'오렌지 혁명' 때 외치던 명구
탱크 가로막으며 시민들 합창
고두현 논설위원
자유와 저항·독립의 상징 인물
대통령도 할머니도 그의 시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항전
전국 곳곳 동상만 1200여 개
'오렌지 혁명' 때 외치던 명구
탱크 가로막으며 시민들 합창
고두현 논설위원
셰우첸코는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약소국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민족의식을 일깨운 시인. 농노의 신분으로 태어나 비운의 조국에 자유와 저항의 불길을 지핀 사상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지 이틀째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키예프)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도망쳤다는 러시아의 거짓 선전을 일축하며 “우리 모두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함께 싸우며 나라를 지킬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쳤다.
우크라이나인이 사랑하는 시인 타라스 셰우첸코의 기념탑. 세계 1380여 곳에 그의 동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그의 동상이 1256개나 있다. 세계적으로도 35개국에 128개가 서 있다. 그가 태어난 3월 9일은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이 그의 동상에 헌화하고, 모든 국민이 그를 추모하는 국경일이다. 우크라이나 화폐에도 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지폐 속의 셰우첸코 초상화.
그는 제정 러시아의 압제 속에서 러시아어 대신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썼다. 나라 없던 시절, 모국어의 뿌리로 민족자존과 독립의 꿈을 키웠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어로 시를 쓰며 민족혼을 지킨 윤동주와 닮아 ‘우크라이나의 윤동주’로도 불린다. 둘의 시는 서정시이자 민족시인 동시에 저항시였다.
셰우첸코의 첫 번째 시집 《코부자르(Kobzar)》(1840)는 우크라이나 전통악기를 매개로 조국의 현실을 노래한 절창이다. 이듬해 발표한 《하이다마키》도 민족사를 장엄하게 엮어낸 서사시의 백미로 꼽힌다.
그의 시 ‘유언’은 1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있다. 이 시에선 지금의 러시아 침공을 예견이라도 한 듯 ‘그대들이여/ 떨치고 일어나/ 예속의 사슬을 끊어 버려라/ 적들의 피로써/ 그대들의 자유를 굳게 지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위대한 가정/ 자유의 새 나라에서/ 날 잊지 말고 기억해다오/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날 가끔 기억해주오’라는 마지막 구절의 여운이 눈물겹게 아프고도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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