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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안경선배, 후지산 무너뜨렸다…샷 성공률 90%" 日도 반했다

"안경선배, 후지산 무너뜨렸다…샷 성공률 90%" 日도 반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15 10:57

업데이트 2022.02.15 10:57

한일전 승리 후 카메라를 향해 손키스를 날리는 김은정.

“안경 선배 김은정이 90%대 샷 성공률로 일본을 압도했다.”(일본 데일리스포츠)

일본 언론들도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김은정(32)의 실력에 경탄했다.

요미우리 신문 온라인은 “일본 트위터에 ‘안경 선배’가 트렌드로 떠올랐다”면서, ‘오랜만입니다. 안경 선배’, ‘당연히 일본을 응원하지만 안경 선배는 굉장하다’는 일본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시력이 0.7인 김은정은 안경을 쓰고 카리스마를 뿜어내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고구레 기미노부(한국판 이름 권준호)에 빗대 국내에서 ‘안경선배’라 불리는데, 일본도 4년 만에 ‘メガネ先輩(안경선배)’란 타이틀로 재조명했다. 김은정처럼 안경을 쓰는 한국 리드 김선영을 두고는 ‘안경 후배’라고 칭했다.

4년 전 평창올림픽 4강전에서 일본과 명승부 끝에 8-7 승리를 이끌었던 김은정은 14일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리턴매치에서도 9엔드 만에 10-5 완승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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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리그 6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스킵 김은정과 일본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 모습. 김경록 기자

샷 성공률 90%의 김은정은 샷 성공률 71%에 그친 후시자와 사쓰키(31)와 ‘스킵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특히 김은정은 1-2로 뒤진 3엔드에 상대 스톤 3개를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을 성공한 뒤 더블 테이크아웃으로 3득점을 따냈다. 8엔드에 절묘한 더블 테이크카웃에 성공하자 TV 중계 아나운서는 “이 어려운 걸 해내네요. 컬링의 신”이라고 극찬했다. 김은정은 테이크아웃 성공률 100%(6회 모두 성공)를 기록했다. 김은정의 절묘한 샷에 실수를 연발한 후지사와는 ‘멘붕(멘탈 붕괴)’이 온 표정이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시 그녀들에게 막혔다. 한국은 평창올림픽 4강에서 패했던 숙적인데, 일본은 한국전 곳곳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설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안경선배 김은정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샷 성공률 90%를 기록했지만 후지사와는 71%에 그쳤다”고 전했다.

국내 팬들은 일본의 후지산과 후지사와 이름에 빗대 “김은정이 ‘후지’산을 무너뜨렸다”, “김은정 안경에 혹시 스카우터(만화 드래곤볼 전투력 측정기)가 달려있나”라고 놀라워했다.

한국 스킵 김은정이 14일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팀원들에게 스톤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정은 스톤을 딜리버리 후 오른손을 쫙 펼친 뒤 화끈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달려~”, “더더더더”를 외친다. 경북 의성군 출신 김은정은 빅엔드를 가져간 뒤에도 무표정이다. 팬들은 “3득점한 선수 표정이 왜 저래”라며 재미있어했다.

김은정은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해 ‘엄·근·진’이라고 불린다. 일본전 승리 후에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키스’를 날리는 반전매력도 선보였다. 2019년 아들 서호를 낳은 김은정을 두고 일본 언론은 “안경선배가 엄마가 돼 돌아왔다”고도 전했다.

2연패를 끊은 한국은 공동 5위(3승3패)로 올라서 4강행 불씨를 살렸다. 베이징올림픽은 10팀이 한 번씩 맞붙어 4위까지 4강에 오른다. 현재 스위스가 5승1패로 1위다. 스웨덴과 미국, 일본이 나란히 4승2패로 공동 2위다. 한국은 영국, 캐나다와 함께 3승3패로 공동 5위다.

15일 하루를 쉬는 한국은 16일 오전 10시5분에 스위스, 오후 9시5분에 덴마크와 격돌한다. 스웨덴과 17일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남은 3경기에서 2~3승을 거두고 상대팀과 상대 전적 등을 따져 4강행을 노려볼 수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