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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빅터 차 “김정은, 文에 화났고 바이든에 지쳐…극초음속 미사일 우려”

빅터 차 “김정은, 文에 화났고 바이든에 지쳐…극초음속 미사일 우려”

[김진명의 워싱턴 리얼타임]

입력 2022.01.30 08:00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2019년 8월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고려대-CSIS 차세대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이다. /장련성 기자

2022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북한은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로 시작해 1월에만 일곱 차례 각종 탄도·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0일 노동당 회의에서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위협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북한의 셈법, 한국 대선에의 영향, 미국과 중·러 관계의 변화,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 등에 대해 빅터 차(61)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겸 한국석좌에게 들어봤다.

 

“북한이 말한 것은 항상 현실화, ‘극초음속’ 과소평가 말아야”

- 북한이 실제 발사한 것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냐 아니냐를 두고 한국에서는 논란이 좀 있었다. 북한 미사일이 일부 구간을 극초음속으로 활공했더라도 러시아제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최첨단 기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신기술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북한이 이런(극초음속) 능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초음속이나 기동형탄두재진입체(MARV)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아직 개발을 못 했다', ‘그저 야심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바로 북한이 그런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려해야 한다.

북한은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많은 야심을 갖고 있었고 지금까지 그것을 모두 현실화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항상 그들의 기술적 역량을 과소평가했지만 북한은 항상 그것을 성취했다. 북한이 2006년 처음 핵실험을 했을 때를 기억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별 것 아니라고 했다. 진짜 핵실험도 아니고 성공적 실험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는 2006년 실험이 실패였다면 성공할 때까지 더 많은 실험을 할 것이란 뜻이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북한 미사일이 정말로 마하 5보다 빠른 속도로 갔느냐 안 갔느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보기에 북한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회피할 수 있는 기동 능력을 가진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

- 김정은이 왜 지금 시점에서 도발했다고 생각하나.

“여러 이유가 섞여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는 대가로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해제하도록 만들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럴 인내심을 잃은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강경하게 나가는 다른 전략을 써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한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전략이 뭔지는 모르지만 잡음을 더 많이 내면서 북한이 한국 대선의 한 요소가 되려고 하는 것 같다.

셋째로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에 발목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봉쇄 조치 중이지만 미사일 시험을 해서 새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코로나가 정권을 완전히 무력화하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내는 것이다. 넷째로 2022년을 시작하며 미국에 대해 더 강한 입지를 가지려는 것일 수 있다. 만약 어떤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면 북한은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유리하게 대화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일 수 있다.”

 

“김정은, 文대통령에 화났고 바이든 기다리다가 지쳤다”

-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게 접근하면서 대선에 유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도발로 돌아섰을까.

“대부분의 경우 북한이 한국 선거에 영향을 주고 싶어할 때는 대화 쪽으로 돌아서서 진보 진영을 지지하려고 했다. 이번에 그러지 않는 것은 김정은이 미국을 움직이지 못한 문 대통령에게 정말 화가 났기(upset)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 정부에게 유리한 일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한국 대선의 맥락에서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정부가 언제 들어서든 제1과제가 북한 문제가 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더 많은 도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북한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돼서 북한 문제부터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도발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대화할 뜻은 있는 것일까.

“바이든 행정부 첫 해에 북한은 코로나에 발목잡혀 있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무언가를 줄 뜻이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했던 일을 계속 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 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들이 바이든을 기다리는 데 지쳤다고 생각한다. 또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동시에 중국과의 국경에 검역소를 만들면서 코로나로부터 빠져나와 평시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 선거가 취임 두 번째 해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한국 행정부 모두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북한이 취약한 곳이 있어서 이런다거나 원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과 한국에 모두 압박을 가할 시점이란 측면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에 집중 못하고 중·러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워”

- 그렇지만 지금 바이든 행정부의 손은 러시아에 묶여 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국제적 상황에서 기회의 창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는 현재 모든 것이 중국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폭넓게는 중국을 다루기 위해 공급망이나 세계 보건 등의 문제에서 연합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에는 전혀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북한은 이때를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북한은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도발을 해서 새로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고 할 수 있다. 미국 관점에서 보면 불행하게도 미국이 그저 북한의 도발을 줄여보거나 대화로 돌아오게 해서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무마하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저 북한 도발에 전술적, 대응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항상 북한에 유리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사이클로 들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이 중국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 국제사회가 단합돼 있지 않고 대북 제재 의지도 없어 보여 우려스럽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무산됐다. 이런 국제 역학의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나?

“미국은 이제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6자회담 때 같은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꽤 협조적이었다. 2006년 핵실험 후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의한 것 등등이 있다. 중국은 북한에 가는 물자를 중단한다든가 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이제는 미국과의 경색된 관계 때문에 중국이 그러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봉쇄 조치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 올 만큼 많은 물자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다. 코로나 그리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악화된 관계는 북한을 다루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 최근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를 시사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것을 묵인할 정도라고 생각하나?

“과거에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규탄하고 유엔 결의안에 동의했을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지금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그럴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서 이런 짓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들이 이(북한의 도발)를 역내 군비 경쟁의 시작으로 보고 규탄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북한을 바라보는 렌즈로 삼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냉전기 나토 회원국도 핵무장 안 했다, 한·미 미사일 방어 더 통합해야”

- 작년에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의 제니퍼 린드 교수와 대릴 프레스 교수를 인터뷰한 적 있다. 그들은 북한이 이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역량을 가졌고 미국이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도 한국의 핵 무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그저 논리에서, 손익 관계 분석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동맹의 역사나 미국이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거기서 고려되지 않았다. ‘미국은 뉴욕과 서울을 맞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공약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렇지만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가 문제다. 어떻게 강력하고 굳건한 동맹을 만들어서 북한이 그런 공약의 힘을 시험해 보지 못하도록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겠나.

학자적 관점에서 ‘미국민들이 서울을 보호하려고 미국 도시를 희생하려고 하겠나'라고 물으면 답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면 냉전기의 모든 나토 회원국은 각자 핵무기를 개발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토가 됐든 한미 동맹이 됐든 미일 동맹이 됐든 적이 절대로 시험해 보지 않는 관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간단하게 공약을 저버릴 것이라고 가정하기보다는 그런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동맹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 이제 북한 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한국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좋을지 제안할 것이 있나.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미국과 함께 방어력, 억지력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핵무장한 북한을 다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설령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혼자서 핵을 가진 북한과 맞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국의 핵 역량으로도 북한을 억지할 수 없다면, (미국보다 못한) 한국의 핵무기로 어떻게 북한을 억지할 수 있겠나. 한국군이 평양과 서울을 맞바꿔서 (남북이) 서로를 불태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해서 갈 건가? 한국이 그저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핵을 가진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지금 한국이 가진 최고의 파트너는 미국이다.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미사일 방어 역량도 더 통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빅터 차, 키신저·올브라이트 있는 美국방정책위원회 합류

빅터 차는 이달 중순 미 국방부 수뇌부에게 정책조언을 하는 ‘국방정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정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가 같은 위원으로 있다.

- 국방정책위원이 된 것을 축하한다. 올브라이트와 키신저와 같은 반열이 된 것인가.

“그에 앞서 이 인터뷰에서 한 얘기는 내 개인 견해란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미국 정부, 미국 국방부의 견해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헨리 키신저와 내가 같은 반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국방정책위원회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나는 매우 겸손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조언하는 일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기쁘지만 내가 이런 외교적 거장들 사이에서 매우 작고 미미한 목소리이기 때문에 아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국방정책위원회가 정책을 수립하지는 않는다. 장관, 부장관, 차관들이 세계의 전략과 정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도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