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에 화난 불심… 승려 5000명 “종교 편향·불교 왜곡 중단하라”
황교익 등 친여 인사 “수행자 대접 안돼” “산적” 막말 계속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승려 5000명과 불자 수백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정부 규탄 승려 대회가 열렸다. 28년만에 전국 각 종파가 집결했다.
이 대회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두고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빗댄 것이 계기였다. 이 자리에 모인 승려들은 문재인 정부에 “헌법의 정교 분리 원칙을 지키고 불교에 대한 왜곡을 그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도 친여(親與) 성향 일부 인사들의 불교계를 향한 조롱을 이어갔다. “머리깎고 법복 입었다고 수행자 대접해선 안된다” “등산객들한테 통행료 삥 뜯어온 산적 무리” 등의 표현이 나왔다.
◇불교 각 종파 집결해 종교편향 규탄
21일 오후 2시 대한불교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 각 종파들은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를 열었다. 낮 12시쯤부터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해인사와 구인사 등 전국 사찰에서 45인승 전세버스와 스타렉스 차량 등을 타온 승려들로 조계사 앞 사거리 일대는 북적였다.
조계사는 전국에서 약 5000명의 승려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좌석을 마련했고, 오후 2시쯤 대부분의 좌석이 찼다. 승려들이 앉는 자리 주위로 펜스가 둘러 쳐졌는데, 그 주위로 일반 불자 수백명이 줄을 이뤘다. 이들은 조계사 한 켠에 마련된 봉향 장소에서 향을 피우고 초를 켰다.
대회에서는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문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은 “조선조말 목숨을 내놓고 천주교인들을 보듬어 준 통합과 자비, 포용의 불교는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에 종교 간 분쟁이 없는 모범국가의 토대를 제공해왔다”면서 “하지만 지금 어디에도 불교계 헌신의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대회 연설에서 “정부 여당을 준엄히 꾸짖어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의 정신을 확립하고 한국불교의 자주권과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조계종 승려들이 전국승려대회 명목으로 회동한 것은 1994년 종단개혁과 불교자주화를 안건으로 모인 이래 28년만이다.
◇“머리깎고 법복 입었다고 대접, 안돼”, “등산객 삥뜯는 산적” 막말 계속
하지만 이날도 친여 성향 인사들의 불교계를 향한 막말은 계속됐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행자가 단체로 스스로 세속적 삶을 살겠다고 대중에게 고백하고 있다”며 “수행자가 세속에서 집회를 연다. 수행자 단체에 들어오는 돈 문제로 세속의 바닥에 나앉겠다고 한다”고 적었다.
황씨는 “머리 깎고 법복을 입었다고 모두 수행자 대접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대중이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세속적인 너무나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정신적으로 기댄다는 것은 치욕스런 일이다. 그들은 돈을 얻는 대신에 사람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허재현씨는 스님들을 ‘산적’에 빗댔다. 그는 “오늘 산사 인근에서 등산객들한테 통행료 삥 뜯어온 산적 무리 5000명이 집결한다고 한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욕한바가지 해줍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조계종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는 지적에는 “그분들의 숨겨진 마음속을 제가 다 어떻게 일일이 구분하나”라며 “그냥 싸잡아서 5000명 다 욕할랍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 지지자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조계종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총수’로 있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중들이 선출된 국회의원을 건드린다” “정치승려들 기가 찬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때중들은 산속으로 꺼져라” “돈버러지들” 같은 원색적 비난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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