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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검토없다→전격사면' 긴박했던 1주일…文결심 결정적 이유 [박근혜 사면]

'검토없다→전격사면' 긴박했던 1주일…文결심 결정적 이유 [박근혜 사면]

중앙일보

입력 2021.12.24 10:36

업데이트 2021.12.24 10:57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청와대 내부 기류가 최근 1주일 사이에 급변했다”며 “며칠 사이 정무라인이 총가동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여권 최고 핵심부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전했다.

의견 취합 대상에는 더불어민주당 핵심지도부와 선거를 앞둔 이재명 대선후보 측 핵심참모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에게도 의견을 물어왔는데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영길 대표와는 별도로 만나 사면과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선대위 핵심 인사도 “며칠전 이 수석이 이재명 후보와 독대를 했다”며 “별도 배석자가 없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헌화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는 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묘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권 인사들의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라 청와대에서도 사면 여부는 물론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심각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그럼에도 전격적으로 사면이 이뤄진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은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심사위가 진행될 무렵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통화를 했을 때만해도 ‘전직 대통령은 사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면 결정이 발표 직전 이뤄진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면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는 문 대통령 외에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등 극소수만 참여했다고 한다.

2015년 3월 17일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제 정책은 실패했고 총체적 위기”라며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몰아붙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심한 배경과 관련해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일각에서 제기했던 형집행정지도 검토가 됐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박 전 대통령측이 형집행정지를 요청하지 않는 바람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측이 이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형집행정지에 따른 실효성도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형기의 60%를 채우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가석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면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들이 연이어 별세한 이후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 임기 내내 전직 대통령을 구속수감한 문재인 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사면 결정 단계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여권내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명숙 전 총리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국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의사당을 나서며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어차피 박 전 대통령이 치료를 받고 있으니, 일단 건강을 회복한 뒤 대선이 끝난 뒤에 당선자와 함께 사면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특히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복권을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단행하는 것도 ‘정치적 거래’로 읽힐 수 있는데도 문 대통령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MB 관련 여론보다 높았다는 점이 감안된 것 같다”고 이 인사는 설명했다.

2015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직전 대통령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걱정을 해왔다”며 “반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는 MB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감정이 덜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