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톤 바위가 날아왔다…온난화에 거세진 태풍 "지금 방파제론 어림없다"
부산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실선
차세대 방파제 개발에 구슬땀
구조물 성능 2배로 높여야 버텨
어항 56곳 6천억 들여 보수해야
부산항 3개월멈추면 GDP 2%↓
해안침식 따른 피해 대비하고
부두 높게 만드는 기술 갖춰야
- 이윤식 기자
- 입력 : 2021.10.22 17:36:38 수정 : 2021.10.22 20:35:12
◆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 /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① 바다가 덮친다◆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위치한 콩레이 바위. 태풍 `콩레이` 당시 7.69t의 바위를 포함해 총 32개의 바위가 밀려왔다. [이윤식 기자]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해안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아진 파랑에 항만 등 해양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테트라포드보다 안전계수가 더 높은 소파블록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리실험동에서는 새로 개발 중인 차세대 소파블록 안정성 실험이 한창이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한 소파블록의 한 종류로, 발이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블록이다. 사방으로 뻗은 발이 서로 얽혀 있어 파도가 칠 때 부서지도록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기술원에서 만난 고행식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수조에 5.5m 파고를 축척 50대1 모형으로 구현해 콘크리트 강도를 실험하고 있다. 그는 "바다의 고파랑 형성이 잦아지면서 지금 설치된 테트라포드보다 더 내구성 높은 소파블록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 해안가에 설치된 테트라포드는 안전계수가 6~8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이제 몇 년간 강도가 세진 태풍과 파랑을 이겨내려면 어림없다고 말한다. 지금 기술원이 개발하는 새 소파블록은 안전계수가 13이나 된다. 그 정도는 돼야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우리나라에 내습하는 태풍과 파랑의 강도가 강력해지며 국내 항만, 부두 등 해양 인프라스트럭처가 위협에 처했다. 부산 수영구 마린시티가 보이는 민락수변공원 한복판에는 생뚱맞게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서 있다. 일명 '콩레이 바위'다. 2018년 10월 태풍 '콩레이' 당시 7.69t에 달하는 이 바위를 포함해 총 32개의 바위가 바다에서 밀려왔다. 최근 부산 해안에는 강력한 태풍에 거대한 바위가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이 같은 아찔한 사태가 잦아지고 있다.
한반도를 덮치는 태풍은 지난 41년간 연 최고 강도가 31% 증가했다.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파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해수면 온도와 관계가 깊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지구 해수면은 현재보다 60~1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전망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환경부는 국내 해역 표층 수온이 2100년에는 현재보다 2~6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평균 해수면이 매년 3.12㎜씩 상승했는데, 최근 10년만 따지면 연평균 상승폭이 3.68㎜로 한참 높았다.
지난 8월 동해상에 높은 파도가 일어 피서객과 관광객의 해변 출입이 통제된 속초항 방파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상기후가 실제 해양 인프라 파괴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혼란은 물론 경제적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3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가어항 82개 중 49개의 설계파고가 높아졌고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은 56개 항이며 총비용은 6684억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새 기준에 따라 2019년부터 전국 113개 국가어항에 대한 설계파고 등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해양기술원에 따르면 만일 울산항이 자연재해로 3개월간 가동이 중단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1.1% 감소하고, 관련 노동자 보수가 0.9% 줄며, 취업자 수가 0.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항이 같은 기간 정지할 경우 GDP 2% 이상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9년까지 2조3009억원을 들여 전국 283개소에 대해 연안보전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침식 지역 167개소, 해수 범람 지역 18개소, 월파 지역 62개소 등에 대해 수중방파제 등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전국 국가어항 113곳에 대해서도 적정 설계파를 검토하고 시설 보강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수면 상승과 설계파고 증가에 대비한 차세대 해양 인프라 기술 개발도 요구된다. 더 견고한 방파제를 조성하기 위한 소파블록뿐 아니라 상향된 해양 인프라 설계파고에 맞춰 해수면에서 더 높게 부두, 항만을 조성할 수 있는 잔교 기술도 요구된다. 잔교는 해저 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위에 상판을 올려 해상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일본 하네다공항의 잔교식 활주로는 수면 위 8m 높이, 기둥 간 거리가 5m인 잔교 기술이 접목됐다. 국내에서 해양기술원이 같은 수준을 목표로 고성능 잔교 하부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중장기적 해양 인프라 미래 기술로는 부유식 구조물이 거론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해안 정보 최신화 작업도 요구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해안선 조사 결과 연안정비 사업, 구조물 건설 등으로 인해 최대 21%의 해안선 변동이 발생했다. 조사원은 2025년까지 연안 재해 취약성 평가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사원은 이미 지난해 태풍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국 연안 149개소에 대해 50~200년 빈도별 해안 침수 예상도를 완성했다.
[부산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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