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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천손 대한국인은 예언(豫言)민족이다

천손 대한국인은 예언(豫言)민족이다

수백 년 전 붙인 땅이름이 현실에 그대로 재현되는 걸 보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14 09:15:52



참 희한한 게 있다. 땅이름의 예언성이다. 신기하게도 수백, 수천 년 전에 붙은 땅이름이 현대에 와서 새로 들어서는 댐이나 비행장, 제철소, 원자력발전소 등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이 딱 들어맞는 경우가 잦다. 유독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다. 우리 민족이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1908세에 산신이 됐다는 천손(天孫) 국조 단군왕검의 후손인 까닭이 아닐까 한다.
 
1997년에 청주국제공항이 개장할 때 한바탕 화제가 됐던 이야기다. 비행기가 바람을 일으키며 이륙하는 방향으로 난 마을이 청원군 북일면 비상리(飛上里), 비행기가 착륙하는 활주로의 끝 언저리에 있는 동네 이름이 청주시 강서동 비하리(飛下里)였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공항 활주로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을 비행기가 없던 그 옛날 선조들이 어떻게 알고 마을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지 혀를 내두르게 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의 옛 이름이 활주로를 뜻하는 긴마루섬이라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런 사례는 남북한을 가릴 것 없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일제 강점기 때 초대형 발전소가 들어선 압록강변 마을 이름은 물이 많이 고인다는 수풍(水豊)이다. 우리에게 평화의댐을 짓게 만든 북한의 금강산댐이 들어선 곳은 통천(通川)이다. 산을 뚫어 물길을 동해안으로 돌린 유로변경식 발전소가 들어설 것을 예언한 것이다.
 
전북 진안의 용담(龍潭) 용이 자리를 틀고 있는 깊은 연못이란 의미의 땅이름 그대로 되었다. 연못이 없는 지역에 못 담 자가 들어가 의아해 하던 주민들은 1992년 용담댐이 생기자 비로소 지명의 깊은 뜻을 깨달았고, 댐에 물을 채우고 나선 수몰 지역이 용 모양이라 또 한 번 놀랐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계곡의 반천(反川)에 얽힌 사연도 만만찮다. 사람들은 잘 흐르는 계곡을 왜 거꾸로 흐르는 천이라 지명했을까 하고 늘 궁금해 했다. 그런데 2001년 산청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무릎을 쳤다. 상부댐과 하부댐 2개를 운용하는 양수발전은 밤에 값싼 심야전력을 이용해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린다. 충주댐이 들어선 곳의 지명도 물막이골이었다.
 
충남 당진의 기지시리에는 기계못이라는 연못이 있었다. 궁금증이 풀린 건 2006년 철강특화산업단지로 조성돼 한보철강제철소와 현대제철소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전남 광양은 바지락만 캐던 옛날부터 쇠섬으로 불렸다. 경기 파주시 광탄면 만장산(萬丈山)은 용꼬리 마을인 용미리를 향해 수만 개의 지팡이를 짚고 곡()을 하는 형세대로 끝내 공동묘지가 들어섰다.
 
원전이 위치한 곳의 땅이름도 한결같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으로 원전이 들어선 경남 고리(古里) 는 타워크레인을, ‘는 외곽을 선으로 연결하면 원자로 격납고를 상형한 것이다. 전남 영광(靈光)은 신령스러운 빛을, 광양(光陽)은 빛과 볕을 의미해 역시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이나 원자탄, 불야성 같은 제철소의 야경을 연상케 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가 들어선 경기 기흥(器興)의 의미도 기가 막히다. 정보와 지식을 담는 그릇을 뜻하는  한다는 의미이니 지명과 딱이다. 전자기기(電子機器)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으로 크게 일어날 땅이라는 소망을 품고 있던 셈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곳은 높은 데서 흥한다는 전남 고흥(高興)이다. 수락산 자락인 의정부시 민락동 만가대(萬家垈)와 파주시 광탄면 만가대엔 수년 전부터 만 채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여러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우리나라만의 초종교 지명도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천주교불광동성당과 불광성결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불광1기도처를 보면 부처님과 예수님이 빙그레 미소 지을 것 같다. 부처님의 서광이 서려 있다는 의미의 불광(佛光)’을 교회와 성당 이름에 붙였으니 억측은 아니다. 교파와 종파를 초월해 평화공동체를 구현한 프랑스 떼제마을의 원조를 보는 듯하다. 1940년 스위스 출신 로제 수사가 시작한 에큐메니컬 국제공동체 말이다.
 
예언은 지명뿐만 아니라 동요나 경구(警句)에도 숨어있다. 해방 전후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한테 속지 마라. 일본이 일어나니, 조선아 조심하라하는 경구가 나돌았다. 믿었던 미국은 일본과의 태프트·가쓰라 밀약으로 배신했고, 북한은 소련한테 속아 6·25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은 한국전쟁 내내 미군의 병참기지로 패전 충격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격 철수와 탈레반 재집권을 보고 조선아 조심하라 대신 한국아 한눈팔지 마라는 경구가 새로 떠오른다. 예지력 있는 조상 말에 귀 기울여 손해 볼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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